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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Nov 17. 2021

메타버스 시대, 더 심해진 디지털 양극화

혁신이 가져다준 달콤살벌한 열매


드라마 써클에는 범죄도 없고, 미세먼지도 없는 '스마트지구'가 등장한다.

출처: tvN


2017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써클-이어진 두 세계. 상당히 생소했던 SF추적극이었지만 소재가 매우 신선했고, 다가올 미래에 한 번쯤 있을 법한 스토리라는 생각에 첫 회부터 종영까지 정주행 했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2037년 이 세상은 스마트지구와 일반지구로 나뉜다. 스마트지구는 첨단기술로 가득한 곳이고, 기술에 힘입어 모든 사람들의 감정이 조절되면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곳이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다. 이미 많은 부유층이 스마트지구로 거주지를 옮긴 상태다.


출처: tvN


반면 일반지구는 도시오염이 가득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살 수가 없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경보가 울리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주머니에 있는 산소마스크를 꺼내 코와 입을 막는다. 일반지구에는 질병과 가난이 많고 범죄율도 높다.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스마트지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무질서와 폐허로 가득하다.




가상에서 경험하는 현실,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의 SF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의 소설 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꾸준히 언급되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겼고, 사람들은 정교한 기술로 다양한 경험을 가져다주는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출처: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이전부터 연구되어오던 증강현실, 가상세계 등의 기술이 융합되면서 생성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한국인터넷진흥원, '메타버스 플랫폼의 개인 데이터 생태계'). 이처럼 메타버스가 큰 인기를 받게 된 배경에는 현실과 가상 간 연결이 있다. 현실 세계를 실시간으로, 또 무한정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개별적인 존재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많은 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회·문화를 경험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디지털 트윈 시대로


PC통신을 거쳐 새롭게 인터넷이 등장했던 90년대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소위 '정보의 홍수 시대'가 열렸다. 1998년 310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는 5년 후인 2003년엔 3천만 명으로 급증했다(한국인터넷진흥원,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의 경우 2012년에는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정도만 사용했으나, 2021년 현재는 95%의 높은 사용률을 기록하고 있다(한국갤럽).


정부에서는 최근 메타버스 시대를 넘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시대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쉽게 말해 현실을 디지털에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로, 이렇게 구현한 모델을 실제 사물과 동기화하는 시뮬레이션을 거쳐 분석이나 예측 등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트윈 활성화 전략'). 이미 싱가포르나 영국 등에서 디지털 트윈 전략이 추진되고 있고, Markets and Markets는 관련 시장 성장을 연평균 57.6%로 전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Virtual Singapore. 도시 전체를 3D 가상현실로 구현했다.




자꾸 벌어지는

디지털 격차


얼마 전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이용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당시 기자를 맡았던 유재석 씨가 직접 영화관에 가서 먼저 결제를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현장에 계셨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하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하는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취약계층(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접근성 측면에서는 93.7%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역량 측면에서는 60.3%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중 고령층의 경우 역량 수준이 53.7%로 고령층의 약 절반 정도만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가져왔다. 반면 디지털 생활은 별다른 제약 없이 우리 삶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졌다. 기술 혁신은 분명 더 편리하고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했지만 혁신이 주는 열매를 먹지 못한 이들의 불편함과 괴리감은 더 커졌다. 디지털 양극화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며, 더 많은 이들이 열매를 먹을 수 있도록 관심과 대안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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