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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Apr 26. 2020

'사냥의 시간' 지옥이라는 이중적 의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봉 연기를 하다 끝내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된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 일단 마케팅 효과는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번 기회에 영화시장의 판도가 뒤바뀌어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도 앞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 처음 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경제 붕괴로 인해서 사람들은 가난해지고, 길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넘쳐나고 굶주리는 아이들 또한 많은 세상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비해 내용은 꽤나 단순했다. 이제 막 출소한 준석은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법 밖에 있는 시설의 돈을 훔칠 위험한 계획을 친구들과 세우고, 친구들이 말리지만, 준석은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며 결국 친구들도 함께 동참하고야 만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걸맞은 연출과 색감을 잘 활용하기도 했다. 작품 중 대낮인데도, 안개 낀 거리와, 이미 폐허가 돼서 장사하고 있는 가게들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어두운 배경을 대낮에는 회색을 위주로, 밤에는 붉은색 위주로 사용한 것을 보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생각나기도 한다. 포스터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었다. 자신들이 처한 쫓기는 상황이라는 지옥과 경제 붕괴로 인해 어딜 가든 결국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 자체가 지옥이라는 의미.

영화 스토리 자체는 크게 별 볼일 없지만, 연출력과 상황에 따른 음악이 134분이라는 시간 동안 몰입감 있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신나거나, 긴장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을 사용한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들을 사냥하러 오는 '한'이라는 사람의 정체 또한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데,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본다. 중간에 '한'이 경찰에 잡히지만,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를 풀어주라고 할 때, 카메라의 시선은 어둠과 붉은색으로 가려진 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종종 주인공 일행들과 부딪힐 때에도, 이러한 연출을 보여주며 어떠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이런 연출은 영화의 134분을 1부와 2부로 나누는 것 같았다. 불법시설의 철문으로 된 입구를 총으로 부수려 할 때, 준석은 땀을 흘리며 한참을 망설인다. 자신이 주도 한 일지만,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문을 부순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결코 돌이킬 수 없으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문을 부수고 난 후, 영화의 몰임감에 의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2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 4명의 청년들이 잘못한 것일까? 경제가 붕괴되고, 한참 자랄 나이의 아이들도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폐허가된 폐건물 주위에서 불을 쬐며 머무를 곳이 없는 어른들은 이 4명의 청년들의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였다. 구조조정에 의해 직장을 잃은 어르신들의 격한 시위에 무장을 했음에도 두려움에 떠는 경찰들 또한 죄는 없다.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당장에 월세 낼 돈도 없는 청년들 그리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준석의 말 또한 모든 게 구슬프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자신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낀 준석은 밝고 평화롭지만, 어딘가 슬퍼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준석의 세계는 다시 변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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