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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실 Aug 26. 2022

12장. 일주일간의 대장정 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일주일이 흘렀다. 

첫날은 우왕좌왕 서투름에 흘렀고, 둘째 날은 조금은 익숙하게 루틴을 만들었다.

셋째 날은 휴식하는 날이기에 오빠에게 충분한 수면과 공부할 시간을 내어주었고,

넷째 날은 오빠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지만 멘털은 좋아지는 신기함에 놀랬다.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 중에 첫 번째를 제외하고, 네 번의 시험을 나와 함께했다.

언제나처럼 시험의 마지막 날은 토요일이었고 그날은 나도 하루 종일 들썩들썩 이게 된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엄중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변호사시험에는 횟수 제한이 있어서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다. 

그리고 오빠의 이번 변호사시험이 다섯 번째, 즉 마지막 변호사시험인 것이다.


오빠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그 다섯 번의 시험을 버텨내 준 것이다.

중간에 군대까지 다녀왔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속상했던 일은 오빠의 로스쿨 동기가 학원의 강사로 와있다며 나에게 덤덤하게 말했던 기억이다.

허허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내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오빠라면 창피하고 속상하고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들 텐데 꿋꿋하게 이 길의 끝을 걷는 오빠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두 번째 시험 때 건대입구에서 오빠의 시험이 끝나길 기다리다가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

세 번째 시험 때는 중앙대에서 시험을 보고 카톡으로 '안녕' 하던 기억

네 번째 시험 때는 시험장 앞에서 다른 학부모들처럼 기다렸다가 캐리어를 받았던 기억

마지막 시험 때는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퀸스 갬빗을 밤새워 봤던 기억


그 당시에는 고단했던 기억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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