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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실 Aug 26. 2022

13장. 결과 발표하는 날

1월에 막을 내린 변호사시험은 4월 중순이 되어서야 합격여부를 알 수 있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답도 맞춰보고 친구들이랑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하면서 얘기하다가

뭔가 결심이 섰는지 이것저것 준비를 해보겠다며 자소서며, 면접을 준비하기에

내심 변호사가 아닌 다른 길을 준비하나 보다 하며 내려놓았었다.


하지만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왜 결과가 늦게 나오는지 원망스러웠다.

결과 발표하는 날,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출장이 있어서 합정동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와 네 번째 때는 포털 뉴스에서 '변호사시험 발표'를 조회하며, 그 안에서 오빠 이름을 찾았었고

이번에는 그런 조급함은 보이지 않았다. 


합정동 미팅 후, 같은 팀원들과 얘기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오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복실아! 됐어! 나 됐어!"

6년간 간절히 바라던 한마디였다. 

합격했다는 그 말. 그 한마디를 위해 6년간 견뎌왔나 보다.


청승맞게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오빠는 복실이 고생했다 덕분이다 라며 나에게 그 공을 돌렸다.

그 누구보다 고생했을 오빠에게 너무 잘됬다며 지금 바로 집에 가겠다고

맛있는 거 먹자며 전화를 황급히 끊고, 친한 후배 앞에서 울어버렸다.

후배는 너무 잘되었다며 빨리 집에 들어가 보라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퇴근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최서방 합격했대!" 그 말에 엄마도 울먹거리며 잘했다! 최서방 너무 잘했다! 우리 딸 너무 고생했다며

같이 기쁨을 만끽했다.

언니들, 형부들 에게서도 합격 축하 연락이 계속 왔다. 그동안 막냇동생의 험난한 길을 묵묵히 지켜봐 주며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들 덕분에 나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될 법도 한데'의 처음 시작을 아주 잘 기억한다.

결혼 후 보게 된 네 번째 시험에서 불합격 소식을 듣고 허망하던 심정에 엄마와 전화를 하며

걸었던 여의도길 장관과 나의 심정을 잊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썼던 글이었다.


그 글이 합격소식으로 뭉클한 감정으로 퇴근하며 엄마에게 전화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낼 수 있어 감격스럽다.


6년간 고생했다. 소진아.

이제 오빠랑 행복한 일만 가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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