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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I Dec 18. 2018

잎의 미학

존재감을 가진 나뭇잎

많은 사람들이 계절마다 자연을 찾아 떠난다.

또는 자연을 찾아서 가져오기도 한다.

떠나는 사람들도 자연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품을 찾는 아기처럼 목적 없이 찾아 안기려 한다.

어떤 이는 하늘이 맞닿는 곳에서 어떤 이는 바다가 출렁이는 곳에서 목적은 없지만 의미를 가지고 찾아간다.

숨겨놓은 자식을 감출 세라 자연은 깊이깊이 숨어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신비를 하나씩만 내보인다.

숨겨진 잎을 찾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춰진 자연의 미묘한 속삭임과 유혹에 못 이겨 자연이 숨겨놓은 신비의 아이들을 찾아간다. 목적 없이 마냥 품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힐링"했다고 대견해한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찾아갔던 자연의 품을 기억하며 새로운 자연을 창조해 간다.

세월이 지나면 기억하였던 자연을 찾아 그리움으로 다시 돌아간다. 귀향이다

그때마다.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서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날 좀 보소"라고 나풀거리는 그들이 있다.

치자나무잎








잎이다.

잎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던가?

자연은 품을 내주어 안식을 주고, 힐링의 장이라 편안함을 주었는데 정작 가지의 끝 힘없이 달려 팔랑대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그들은 누구인가?

광합성?

탄소동화작용?

엽록체?

엽록소?

이화 작용?


과학 공식처럼 노트 속에 남겨진 글

생물의 고난도 이름처럼

어렵게 어렵게  그들을 옭아맨다.


잎은 화가의 그림이다.

잎은 시인의 노래이다.

잎은 악사의 악기이다.

잎은 가수의 소리이다.

초록과 연두와, 노랑, 주황,  빨강, 갈잎의 색으로 무지갯빛 세상을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노래로 남기도하고 그림과 시로 남겨진다.

'포플러 이파리는 작은 손바닥, 손바닥'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

'나뭇잎을 타고 놀았죠!'

'탐스런 나뭇잎 이만큼 가득'

'시원한 나뭇잎 그늘 만들어 마음껏 노래'

'집 앞뜰 나뭇잎 춤추고'

호랑가시나무








손에 작은 유리알을 들고 숲으로 찾아가자.

숲으로 가거든 작은 소리로 불러보자.

"나랑 놀아줄래?"

"너의 멋진 얼굴을 보여줘!"

"우리가 찾아볼게."

"모두가 좋아할 걸?"


잎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더욱 감사한 것은 가을이 되면 잎은 더 황홀한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그것을 '나무야'라고 치부하지만 잎은 서러워한다.

"아니야 나야!"라고












미국의 작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왜 소녀는 튼튼한 줄기나 강인한 뿌리를 생명의 끈으로 여기지 않고 잎을 선택하였는가?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와 같은 존재 연약한 아이의 손바닥처럼 상처투성이였고 누구든 흔들어 세차게 내려치면

흩날려 떨어지는 가녀린 여인의 치마폭 같은 잎이 아녔던가!

하지만,

잎은 존재한다.

생명의 끈은 아니더라도 생명을 위한 희망으로 잎은 존재한다.







곤충의 어미가 새끼들의 먹이가 되어 자신의 몸을 희생하듯 잎은 다음 해 태어날 새순을 위해

차가운 땅으로

바람의 하늘로

어둠의 숲으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자리는 보이지 않는 존재감으로 새롭게 태어난 다음 잎들의 자기매김이 된다.

생명의 도돌이다.

잎은 생명의 물레방아다.

죽음을 앞둔 소녀의 가녀린 생명줄은 다시 태어나 화려한, 울창한, 풍성한 잎들로 변 할 세상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선택한 존재다.

윤노리잎








늙은이의 수염 같은 잎은 시간의 흐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붉은색의 황홀한 잎은 열정을 불태우는 삶의 일터를 보여주고, 검 초록의 짙은 잎은 살아있음을 알리며 아우성치는 환호성이다.

넓은 잎

좁은 잎

가는 잎

두꺼운 잎

모두 생명의 강이다.

아름다운 색으로 강의 언덕을 꾸미고 길 따라 내려오는 쪽배의 모습은 삶의 여정에서 안식을 찾는 우리의 어르신이다.

잎의 바다, 잎의 강에서 한 없이 그림을 그리고 울음을 울고 나면 한 장의 잎이 어찌나 대지처럼 광활하고 넓은지 감사가 절로 나온다.

늦가을의 갈대잎









잎은 삶이다.

내가 돌아온 여러 계절에서 이리저리 휘둘린 인생의 상처가 잎과 같다.

한해의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한 해의 잎이 새순이 되어 태어난다.

또, 그 잎은 말한다.

봄의 따사로움과 아이들의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나른한 어르신의 모자가 될 것이다.

가을의 풍성한 열매로 천덕꾸러기 될 것이다.

겨울의 찌르는 칼바람에 '나 돌아간다!' 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야! 난 잎이야."

미니감나무잎













형제인 뿌리가 주는 행복도 맛보고

친구인 줄기가 주는 희망도 들어보고

이웃인 바람이 주는 여행도 가보고

그래서,

잎은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새롭게 되돌아와서는 다시 자리를 찾아 화려하게 치장하는 아름다운 미학이다.

아름다움을 누구에게 든 보여주는 존재감 넘치는 아름다운 삶이다.

 

잎이 남겨 준 선물


사진자료 협찬 " 라니원(예술원예체험힐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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