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야생화 이름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헤어져서 멀리 떨어진 상태로 잊히기도 한다.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에겐 자신을 나타내는 이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도
자기 이름에 혹은 성에 가문이나 대대로 전해오는 혈맥에 따른 이름을 갖고 있다.
윌리엄, 세바스찬, 몽고메리, 리챠드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은 대부분 조상에게 물려받은 성과 돌림자로 자신을 지칭하고 호칭한다.
김**, 오**, 박**, 허** 등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름이 전통적인 삼음 절이 아니라 조금은 개성 있게 변화되어져 간다.
이 아름다운, 장 미, 방 주, 주찬양, 고운 나라, 성에 걸맞게 단어로 이름을 짜임새 있게 한다.
그 외에도 양쪽 부모의 성을 따라 이름을 만들기도 한다.
서안 해수, 안전 나라, 박한 사랑 등 두개의 성과 이름을 한 단어로 의미 있게 만들어서 부르는 이가 어렵지 않게 조절하여 정하기도 한다.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시 인디언들은
자신이 가진 특별난 재주나 외모의 특징에 따라 이름을 착안해 내기도 했다.
예를 들면
긴 창으로 독수리 잡는다, 곰의 발바닥에 키스, 매처럼 날아가 잡는 참새 , 물에 젖은 산 비둘기.
지어진 이름은 자기의 분신이 된다.
이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과 더불어 동물도
특징에 따라 이름을 명명한다.
긴 꼬리 원숭이, 팔색조, 날다람쥐, 개미핡퀴, 황금구렁이, 호랑무늬 나비 등
단순하지만 "오래토록 나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아우성과 같다.
그중에서도
야생화의 이름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명명되어져 있다.
재미난 이름을 찾아보고자 야생화 전시회를 찾아가 보자
전시회에는 귀한 이름을 가진 봄의 야생화가 가득했다.
"춘절 국화"는 늦가을과 겨울을 상징하는 고유의 국화가
따뜻한 봄에도 피어나 어여쁘게 동산 어는구먼에 자리 잡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예쁘기도 하지만 봄의 원숙한 여인처럼 잎의 모양새나 꽃송이마다 풍겨 나는
냄새는 여는 가을의 국화보다 산뜻하고 향기롭다.
"숙녀 지갑" 은 원어가 어려운 관계로 쉽게 한국어로 표기하면서 이름이 명명되어졌다 한다.
조신한 숙녀가 핸드백에 살포시 접어 넣은 지갑과 같이 앙증맞고 귀엽다는
뜻이 함축된 이름일 것이다.
참 기특한 이름이다.
"돌단풍"을 감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었던 단풍은 키가 크고 커다란 나무가
가로수길을 따라 아름드리 형형색색을 꾸며주던 모습이 전형적인데,
돌단풍은 돌 위에 바로 싹을 틔우고 잎을 옹기종기 모아 아기 손처럼 자라
나온다. 그 오밀조밀함이 참 귀엽고 소담스럽다.
처마 밑 단에 석부작으로 소담스럽게 담긴 그 이름은 "양쯔 강 갈대"이다.
중국의 양자강은 양쯔강이라고도 불리면서 내륙의 가장 긴 강이다.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면 분지와 습지로 되어 사진처럼 갈대의 숲으로 메워진 곳이 있다 한다. 아마도 작은 양쯔 강의 한 모퉁이와 같다해서 이름도 양쯔 강 갈대 인 듯하다.
"장미 매발톱" 예쁘고 앙증맞은 꽃 봉오리를 보자.
장미 모양의 소담스러운 꽃봉오리는 쓰러질 듯 가느다란 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풍성한 잎들이 봉우리를 받쳐주는 비단 치마 같다.
이처럼 예쁜 꽃의 이름이 왜 장미 매발톱이라는 무섭게 다가왔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유는 야생화 작가님들의 생각과 달리 아마도 숨겨진 아래 잎들 사이로 발톱이 생기자 않을까?
연상해 본다.
참 이름도 신기하지 "고려 담쟁이" 늘어진 모습이 단아하고 고상하다.
한 잎 한 잎마다 고귀한 고려의 여인이 긴 머리를 흩날리는 듯하다.
역시나 고려의 여인들은 분수를 알고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할 자리를
알아서 혹이나 담 넘어 보이는 세상에 대한 그림움을 담쟁이로 승화하였지 않았나
동질감을 느껴 본다.
우리네 여인들이 조금은 조신함을 본받아야 할 듯하다.
야생화인데도 세계 여러 나라의 명칭이 자주 등장한다.
이유는 아마도 세계 여러 나라 어디든지 야생화는 존재하고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 은방울" 숨겨진 잎들 사이로 작은 은색 방울들이 조랑조랑 달려져 있다.
금방이라도 음계에 맞춰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산야에 가다 보면 귀하고 소중한 방울 은방울 꽃이 향기를 발하며
자리 잡고 있다. 은방울 꽃은 향수로도 사용된다.
몸이 아프다, 고통을 이겨 낼 자신이 없다, 곧 생을 다할 것 같다.
라고
한다면! 여기 "노란 만병초"를 만나보자
철쭉처럼 생긴듯하고 진달래처럼 생긴듯하나 다른 것은 꽃의 색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약초의 모습을 보여 주는 노란 만병초를 보아하니
신경통에 고생하시는 어머니, 신장염으로 아파하시는 아버지 곁에 두고 싶어 진다.
"도끼와 드레곤" 무서운 이름이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
이처럼 앙증맞고 예쁜 난쟁이 앵초가 이름도 혐오스럽게 도끼와 드레곤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너무 예쁘기에 뭇사람들이 산야에서 흑심으로 가져 갈 까봐 미리
방비하여 명명한 듯하다.
"벌레잡이 제비꽃"은 정말 맘에 딱 들고 기특하다.
꽃도 예쁘지만 바위틈에 숨어서 해충을 잡기라도 한다면 참 착한 야생화다.
왕 칭찬에 상을 주고 싶어 진다.
과연 이 작고 예쁜 아이가 무시무시한 벌레를 잡을 수 있으려나?
이름처럼 우리나라가 아닌 속새다.
"미니 속새" 어렵고 힘든 세상을 이별하고 싶은 우리네 인생사를 작은 분에 담아서
표현한 모습이 고슴도치의 모습과도 같다.
가시밭길을 헤치고 가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겠지......
검은 머리를 숨기고 흑발을 휘날리며 날아가는 "흑룡"
흑색 난이 가득 분에 넘친다. 지금은 무서운 흑룡으로 남아 았지만
곧 아름다운 분홍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것이다.
잎의 검푸른 모습만 보고 명명하기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꼭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야생화 이름이다.
"쥐방울덩굴"은 줄기 사이사이에 아주 작은 방울이 달려 있다.
생쥐의 모양새를 따라 닮았다 하여 쥐방울 덩굴이라 한다.
잘 살펴보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치면 참 마와 같지만 식용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웁다.
야생화뿐만이 아니하고 흥미롭게 지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늘 가까이에서 사랑받은 존재들은 많다.
한새 살이, 두해 살이도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고자 고군분투하는데 우리의 이름은 자 그림자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은 잠시 있는 세상에서도 불려지는 이름을 내 아버지 어머니의
수고로움과 은혜로운 혜택이다.
야생화 "숙녀 지갑"에서...... 내 어릴 적 "우리 가족"을 기억해 본다.
2016.4.26. 대치동 야생화 전시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