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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Aug 18. 2022

"안녕? 좌골아, 너 거기 있었구나"

보이는 몸과 느끼는 몸


선생님, 평소에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요가 레슨 첫날, S선생님(나에게 요가와 몸의 세계로 인도해 준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정신과 의사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환자들에게 내가 묻는 질문과 똑같았다. 돌이켜보니, 나 자신에게는 묻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글쎄요. 딱히 아프거나 불편한 데는 없는 것 같은데요."
갑자기 나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 그랬다. 당시 나는 늘 피곤하다는 느낌 이외에 내 몸에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다. 불편함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긴, 지금껏 몸은 나에게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몸이 어디가 아프고 불편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동안 내 몸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지금 앉은 자세에서 좌골을 한번 느껴볼까요?

S선생님은 마주 앉아 있는 나를 가만히 보시더니, 질문을 이어나갔다. 갑자기 '좌골'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의대 본과 1학년 때 공부했던 골학이 생각났다. 거의 2주 만에 온몸의 뼈 이름을 다 외워야 했는데, 그때 밤새도록 쳐다보았던 사람의 뼈 모양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대를 졸업한 이후로는 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정신과 레지던트가 된 이후로는 더욱 무관심해졌다. 나에게 뇌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다른 과 의사들이 맡아야 할 부분, 즉 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 좌골을 느껴보라니 당혹스러웠다. 내 몸 안에 뼈가 없지 않을 텐데, 정말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생님, 제 좌골은 엉덩이 살에 파묻혀 있어서 그런지 잘 느껴지지 않는데요."
"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푹신한 의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안 느껴질 수도 있어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선생님이 따듯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좌골이 안 느껴진다는 사실이 몸의 감각에 대해 심각하게 둔하다거나,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엉덩이 아래에 손바닥을 놓아볼까요? 그 상태에서 상체의 무게 중심을 옮겨보며 좌우로 작고 미세하게 움직여보세요. 이제 다시 한번 좌골을 느껴보세요."


선생님이 안내해주는 대로 해보았다. 몸 안에 단단하고도 동그란 뼈가 가만히 바닥에 닿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골반이 단단하게 바닥을 짚고, 상체를 받치고 있었다. 어느새 좌골의 감각이 고개를 쏙 내밀고 슬그머니 느껴지는 듯했다. 

"우와, 신기하네요!"


내 몸 안에도 뼈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신기할 일이 아닌데도 처음 있는 일처럼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시시각각 몸이 변해왔겠지만, 좌골은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앉아 있던 내 몸을 말없이 떠받치고 지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내 몸 안에 있는 좌골을 느껴보려고 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문득, 마음이 몸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안녕? 너, 거기 있었구나!


많은 순간, 내 마음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정신과 의사가 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반면에 내 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아니, 생각했어도 그것은 내가 느끼는 내 몸이 아니라,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몸이었다. 남들에게 살쪄보이지는 않을까, 못생겨 보이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했었다. 겉으로 드러난 몸만 생각하느라 내 몸 안의 감각에 대해서는 아플 때가 아니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허휴정, <마음이 힘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 중에서 https://url.kr/uszy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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