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최근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트라우마는 어원이 ‘뚫다’ ‘뚫리다’의 의미로 마음에 구멍이 뚫릴 만큼 극심한 고통을 말하는데요. 흔히 죽음이나 죽을 뻔한 위협, 심한 부상, 성폭행 등을 겪으며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창립회장인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힘들어도 원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지만, 트라우마는 여기에 너무 압도되기 때문에 사건 이후 다른 삶을 살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의 저자 채정호 교수는 지난 37년간 성수대교 붕괴, 천안함 피격,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등 숱한 사회적 재난을 지켜보며 트라우마의 고통이 우리사회에 번져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는데요.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유행 시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심리방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 그럼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의 저자 채정호 교수님의 인터뷰 내용 함께 보실까요?
“어떤 사건•사고를 겪은 이후,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면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어도 원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은데, 트라우마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너무 어렵고, 여기에 너무 압도되기 때문에 트라우마 이후에는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아동기 성폭행부터 끔찍한 사고로 삶이 망가진 분들까지 정말 많았다. 그중 특히 세월호 유가족의 한 어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핸드폰에 떠난 아이의 사진을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확대해서 봤다가 작게도 보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트라우마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하는, 소위 2차 가해가 큰 문제다. 사실 트라우마 상태가 되면 그 자체로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라” “잊어버려라”와 같은 말에도 쉽게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 여기에 막말을 하거나 편견, 무지, 혐오에 기반한 유언비어가 더해지면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사건을 겪으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정말 회복되기 어렵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이 사회가 좀 더 안전해졌다’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됐다’ 하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과 유가족이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고통의 의미’가 만들어진다.”
“트라우마는 혼자서 극복하기 정말 어렵다. 너의 고통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잔인한 얘기다. 고통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나눌 때,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가 있을 때 회복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좀 더 예민해지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눈다면 우리사회가 더 안전한 사회가 되리라는 마음에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
트라우마는 혼자 극복하기 힘듭니다.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중에서
채정호, <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 https://c11.kr/19z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