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에는 “사위”도 살 텐데...
프로그램이 시작했을 때부터 전형적인 시월드에서 살고 있는 박세미씨와 남(의)편인 남편 김재욱씨 가정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딸에게는 가사 노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만삭인 며느리에게는 당연하게 가사노동을 시키는 시어머니, 며느리의 건강보다 손자만을 생각해 제왕절개를 강요하는 시아버지. 말만 들으면 무슨 막장드라마 스토리와 별다르지 않다. 결국 비난을 받던 이 가정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기사가 떴다.
사실 김재욱씨 가정뿐만 아니라 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든 가정, 아니 결혼한 모든 가정의 며느리는 시월드가 불편하다. 즉, 결혼해서 며느리가 되면 그 때부터는 ‘이상한 나라’로 가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며느리가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면 ‘사위’또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얘긴데, 이 프로그램에선 ‘사위는 없고, 시어머니의 아들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며느리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시월드의 어른과, 그런 시월드에 대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는 남편까지 포함된다.(물론 제이블랙은 그런 남편이 아니지만.) 그런데 결혼해서 남의 집 부모님을 어머니 아버지로 모시고 모르는 가풍을 겪으며 살아야하는 것은 남편 입장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상한 시부모 못지않게 이상한 장인장모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집이 작다, 급여가 작다, 누구집 사위는 어디 여행을 보내줬다더라...’ 등등 사위도 처가댁에서 다른 사위들과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사위에게 금전적이든 심리적이든 요구하고, 불편하게 하는 처가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남편들, 사위들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나의 짝의 괴로움과 힘듦은 어디에도 없고, 부족한 내 짝의 모습이 힘든 시댁과 함께 계속 보이기만 할 뿐이라 답답한 마음에 하는 소리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목표가 궁금해졌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며느리들은 시월드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까지 얹어 보여주며 이 방송을 보는 며느리들이 “그래,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고 공감하며 ‘참고 사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 주며 그냥 보편적인 상황이니 받아들이고 살라는 것일까? 또는 시댁과 부인 사이에서 이상적으로 처신하는 제이블랙을 보여주며 “우리 남편이랑 다르게 멋진 남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렇지 못한 현재 내 남편과 비교를 통해 조용한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아니면 아예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하려는 것일까?
물론 이 세 가지 다 삐딱하고 극단적인 예이다. 이런 의도로 방송을 기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 볼수록 이런 삐딱한 생각이 든다.
이런 관찰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어렵다. 사실 시정을 위한 대안을 제안하기도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며느리만큼 힘든 사위의 고민도 함께 공유하며, 부부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부부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다.
프로그램이 계속 이런 식으로 이상한 나라 시댁만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 된다면 프로그램이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보고 나서 궁시렁되는 것 외엔 그 어떤 생산적인 변화도 방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먼저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자신의 상황이 불편해지고, 답답한 상황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을 계속 보길 원하는 시청자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똑똑한 존재들임을 간과하지 말았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