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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Oct 18. 2021

NFT 아트란 무엇인가? (1)

미디어 블록체인으로서 NFT 아트

블록체인의 비가역성


블록체인이란 거래 데이터(transaction data)를 합의를 통해 ‘블록(block)’이라는 데이터 묶음 형태로 저장하고 이를 체인(chain) 형태로 연결해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분산 저장하는 원장 관리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블록 생성 합의 방식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나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합의에 참여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방식을 따른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정부나 기업 등 사전에 정의된 중앙화된 조직만 블록 생성을 승인한다.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퍼블릭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가능성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한 번 기록되면 수정 불가능한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을 갖는다. 또한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송수신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 기록된 거래 내역은 수정할 수 없다.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어 있는 덕분에, 일정 규모를 달성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기술 자체만으로 최소한 거래 데이터는 위∙변조되지 않았음을 보증할 수 있다. 정부나 대형은행, 대기업 등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막대한 자원을 가진 제3자의 중앙화된 보증이 필요 없다. 


무신뢰와 탈중앙화


이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을 무신뢰(trustless) 기술이라고도 한다. 블록체인은 무신뢰 특성 덕분에 중앙화된 신뢰를 제공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들도 화폐 발행을 포함한 자신들의 계약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보증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통한 무신뢰 특성은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로 이어진다. 거래를 보증하는 플랫폼 없이 P2P 방식으로 직접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대형 중개 플랫폼에게 배분되던 이윤, 사실상의 중개 수수료는 탈중개화로 대폭 낮아질 수 있다. 수수료는 기술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고도화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 중앙화된 플랫폼 기관이 가져가던 이윤은 블록체인 참여자들에게 배분된다.


미디어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의 탈중개화 특성에 주목해 미디어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려는 시도다. 탈중개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된다. 첫째, 미디어 플랫폼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없애는 방식이다. 콘텐츠 품질은 P2P 방식으로 보장한다. 둘째, 미디어 플랫폼이 가져간 이윤을 콘텐츠 창작자에게 배분한다. 이러한 시도로 전자는 시빌(CIVIL), 후자는 스팀잇(Steemit)의 사례가 있다. 다만 이들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래는 프로젝트 종결을 알리는 시빌 블로그) 


(스팀잇)


미디어 블록체인


블록체인 초기에는 개발자들이 재단(foundation)을 설립해 기획 문서인 백서(white paper)를 만들고 후원 형태의 대규모 코인 발행, 즉 ICO(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독자 거대 플랫폼 코인을 만들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시도 대부분은 대규모 실패로 귀결됐다. 


미디어 블록체인이 성공하려면 작은 규모로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보완해가면서 점진적으로 미디어 커뮤니티를 확장해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커뮤니티의 확장에 따라 탈중앙화된 방식을 유지하면서 암호화폐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 즉 크립토이코노미(cryptoeconomy)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소규모 취향 공동체 내에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암호화폐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볍게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토큰(token) 발행 단계에서 시작해, 커뮤니티 간의 합의를 통해 각 커뮤니티의 토큰을 교환 사용하는 토큰 스왑(token swap) 단계, 그리고 이러한 토큰들을 묶어 독립된 암호화폐 플랫폼으로 만드는 토큰 바스켓(token basket) 단계, 그리고 서로 통합된 것은 아니지만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인터체인(interchain) 단계로 커뮤니티 규모와 크립토이코노미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출처: 박대민(2018). 미디어 블록체인의 크립토이코노믹스: 스팀잇 비판과 대안 모형.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5권 4호, 145-202. 


미디어 블록체인의 크립토이코노미를 뒷받침할 기반 기술로는 다양한 토큰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 콘텐츠를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저장하는 탈중앙화된 저장소, 중앙화된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인증을 위한 탈중앙화된 인증, 그리고 사용성 개선을 위한 업그레이드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 제안된 바 있다[2].


출처: 박대민, 명승은(2018.10.31).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리스의 기술>.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더리움 기반 ERC721 토큰 [1]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함께 대표적인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 중 하나이다. 이더리움은 플랫폼 코인(platform coin)으로 다양한 토큰 발행을 통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한다. 현재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 중 하나인 ERC721에 따라 만들어진다. 다른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NFT 역시 이더리움 기반 NFT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여기서에서는 이더리움 기반 NFT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오픈 소스 형태의 탈중앙화 컴퓨팅 인프라를 뜻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시스템의 상태 변화를 동기화하며, 암호화폐인 이더(ether)를 활용해 자원을 경제적으로 배분한다. 


토큰은 블록체인에서 메인넷(main net) 역할을 하는 플랫폼 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암호화폐로 단위 내재가치를 가진 일종의 증서이다. 이더리움 토큰은 이더리움을 메인넷으로 만들어진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의 기능으로는 화폐(currency), 유틸리티(utility), 투표(voting), 자원(resource), 자산(asset), 지분(equity), 접근(access), 수집(collectible), 증명(attestation), 신원(identify) 등이 있다. 


토큰의 대체성과 내재성 


토큰은 대체성(fungibility)과 내재성(intrinsicality)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대체성이란 한 토큰이 다른 토큰으로 대체될 수 있는 속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실물 화폐는 실재적으로는 서로 다른 지폐일지라도 가치적으로는 등가인 대체성을 갖는다. 반면 실물 계약서는 실재적으로 다른 종이일 뿐만 아니라, 사본조차도 원본과 등가로 취급되지 않는다. 내재성은 토큰 내에 자산이 포함되는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금괴는 그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등기 문서의 경우 부동산을 문서 내에 내재할 방법이 없다. 내재성을 갖춘 토큰의 경우 수탁자가 외재적 자산을 보유하지 않는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 없다. 


대체 불가능 토큰의 활용


대체성에 유무에 따라 토큰은 대체 가능 토큰(fungible token)과 대체 불가능 토큰(NFT)으로 나누어진다. 대체 가능 토큰인 경우, 한 토큰은 다른 토큰과 등가 교환이나 복제가 가능하다. 대체 가능 토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처럼 화폐의 성격을 가지며 보통 대체성은 물론 내재성도 갖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 대체 가능 토큰의 가장 일반적 형태는 ERC20 표준을 따른다. ERC20 표준은 특정 토큰의 전체 발행량, 송수신 주소, 전송되는 토큰의 양, 거래 성사 여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함수와 이벤트를 정의하는 공통의 인터페이스를 규정함으로써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한다. 


NFT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체성이 없다. 즉, 한 토큰이 다른 토큰과 대체되지 않는다. 따라서 화폐라기보다는 증서(deed)의 성격을 갖는다. 대부분의 NFT는 내재성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비플 작품에 대한 NFT는 비플의 디지털 그림 파일 자체가 아니라 그 파일에 대한 증서의 역할만 한다. 이더리움 기반 NFT는 ERC721 표준을 따른다. ERC20가 소유자 주소를 기본 키(primary key)로 하여 그 잔액을 추적하는데 반해, ERC721은 잔액 개념이 없고 증서 ID를 기본 키로 하여 소유자 주소를 추적한다. 


NFT가 대체 불가능한 속성을 갖는 이유는 NFT가 각각 분할 불가능한 1개의 토큰으로만 발행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이론적으로는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소수점으로 나눠져 거래될 수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코인 1과 코인 2가 각각 1개씩만 발행되고 각각이 분할되지 않는다면, 각각의 코인은 한 번 기록되면 삭제되지 않는 비가역성을 바탕으로 서로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기록들을 갖게 될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에 대해 NFT를 다수 발행한다고 해도, 각 NFT는 고유번호를 갖는 별개의 인증서이다. 


NFT는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 증서로만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FT는 1)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수집물, 2) 집, 자동차 등에 대한 소유권 등기 문서, 3) 대출, 담보권 등에 대한 권리 문서 등에 두루 활용될 수 있다. NFT는 권리 변경 내역이 기록된 실물 등기 문서와 마찬가지로 재산권의 변경과 현황을 고유하게 추적할 수 있다. 다만 현재 NFT로 만들어진 증서가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별도의 법적 계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대부분의 실물 증서를 NFT로 대체하는데 지장은 없다. 


미디어 블록체인으로서 NFT 아트


정리하면 NFT는 탈중앙화 가치를 지향하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고유한 소유권 증서를 발행하고, 증서의 거래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거래를 보증한다. 이러한 NFT 기술을 디지털 아트에 접목시킨 것이 NFT 아트이다. NFT 아트는 디지털 콘텐츠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다루는 미디어 블록체인이다. NFT 아트는 이더리움의 탈중앙화된 성격을 디지털 아트에 접목함으로써 미디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된 이상을 지향한다.  

    


[1]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기반 NFT 토큰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조했다. 


출처: 박대민(2021). NFT 아트 : 예술계의 탈중앙화와 흔적의 아우라. <한국언론정보학회>. 109호. 127-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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