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반 친구 두 명 A와 B. 그리고 B의 쌍둥이 남동생 C 까지 우리 넷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중학생씩이나 돼서 숨바꼭질을 하다니 유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중학생이라야 봤자 초등학생 티를 벗은 지 얼마 안 되는 풋내기일 뿐. 우리는 즐겁게 놀고 있었다.
C가 술래였다. "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으니까 이제는 나와라!"
나갈까 하다 조금 더 시간을 끌다가 나가야지 싶어 잠자코 있었다.
"진짜 못 찾겠어! 우리 다른 거 하고 놀자! 못 찾겠다 꾀꼬리~!"
좀 더 골리다가는 삐칠 것 같아 나가려는데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B가 나가지 말라면서 느닷없이 뒤에서 내 옷자락을 끌어당긴 것이다.
"나가지 말고, 여기에 잠깐 있자" 친구가 귓가에 속삭였다.
"왜? 너 동생 저러다가 화낼 거 같은데?" 의아해하며 묻는 나에게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전히 내 옷자락은 붙잡고 있었다.
"그냥 나가자! 이번 판 끝내고 다시 하면 되지! 쟤 울겠다" 나는 재차 말했고, 내 말은 여기까지였다.
B의 쏘아보는 눈빛에 얼어붙어버렸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나를 노려보던 눈...
'지이이이이이잉~'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웅웅 거리는 진동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꿈이었다. 귀를 먹먹하게 한 웅웅 거리던 소리는 휴대폰 진동 소리였다.
대학생이던 내가 꿈에서 중학생인 채로 숨바꼭질을 하다니 퍽 놀고 싶었나 보다 생각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본 순간 '어라? 뭐지?' 했다.
꿈에서 같이 놀았던 친구 A의 부재중 전화 기록.
평소에도 종종 통화하고 지냈기 때문에 그저 무의식 중에 그 친구를 떠올려서 그런 꿈을 꿨구나 했다.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쩐 일로 아침부터?"
"어디야?"
"어디긴 집이지. 너 때문에 깼는데?"
"자고 있었어? 문자는 못 봤겠네?"
어리둥절해하며 핸드폰 문자 내역을 살펴봤다. 그때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10년도 더 지난 지금 문득 궁금하다. 그때 내 표정이.
형식적인 부고 문자였다. 문자를 보낸 이는 꿈속에서 내 옷자락을 붙잡고 놔주지 않던 B였고, 부고 문자에 들어있는 이름은 친구의 쌍둥이 남동생 C였다. 빗길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고 깨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꿈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놀고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그 꿈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마치 금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