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게으름에 대한 고해성
고백할 게 있습니다.
사실 저는 엄청난 게으름의 소유자입니다.
언뜻 무척 바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제 안에는 여러 자아가 함께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중 한 녀석이 바로 게으름과 미루기 대장인 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빈둥빈둥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뒹굴거리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주로 일요일에 출몰하는데, 아내가 유독 싫어합니다.
어쩌면 아내에게 보이는 저는 밖에서 정말 바쁘게 지내는 모습이 아니라,
집에서 방전되어 매사가 다 귀찮고 미루고 싶어 하는 제가 더 강하게 체감하며 사는 게 아닐까요?
(좀 미안하군요)
생각해 보면 저는 "주기적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틈만 나면 놀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게으른 자아는 노는 것조차 귀찮아하더라고요.
그렇게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일요일 오후는 소파에 누워 한참을 자고 일어났네요.
전날 1시간 밖에 못 자기도 했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거의 기절하듯 잠든 것 같아요.
사실 내 안에는 내가 알고 있고 또 모르고 있는 여러 모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내가 인정하는 모습만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살아보니 사실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조차도 어김없이 '나'라는 사실을 받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불편하긴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는 경험이니까요. 내가 나에게 어떤 인식의 경계를 만들어 두었는지 그 벽을 볼 수 있고, 그 너머의 나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참 좋은 사람이면 좋겠고,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좋은 면이 있는 만큼이나 나쁜 면이나 고칠 게 여전히 많은 사람임을 이제는 압니다.
내 안의 게으름도 쿨하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오히려 가끔은 멈추고 누워 있으라는 신호 같기도 합니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텅 비워내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이제는 억지로 몰아내기보다는, 적당히 달래 가며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내가 가족이나 연인의 좋은 면만을 인정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처럼, 나를 온전히 존중하는 태도에는 나의 좋은 면뿐만 아니라, 나의 부족한 면까지 끌어안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지혜를 배워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