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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죽을 때까지 젊게 사는 법

딱딱하게 마른 가지는 쉽게 부러진다

by 변대원

아침부터 컴퓨터와 모니터를 담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벌써 덥지만, 그래도 아침이라 살만하다. 어깨를 묵직하게 누르는 가방끈아래로 조금씩 땀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길 앞쪽에서 한 어르신이 걸어오신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어딘지 경직되어 있다.

문득 여전히 무거운 짐을 거뜬히 들고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내 몸에 감사하게 된다.


죽은 가지는 딱딱하지만, 새싹과 어린 줄기는 부드럽다.

똑같은 나무라도 그 시기에 따라 유연함이 다르다.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는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몸보다 마음이다.

피부에 주름이 늘어나는 것만이 늙음이 아니다.

진짜 늙음은 마음이 굳어가는 것이다.


유연함을 잃어가는 것.


나이가 드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가 마음의 유연함을 잃고 편협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여 오늘도 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제의 생각이 오늘의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어제의 상처가 오늘의 마음을 닫아버리지 않도록.


몸은 저절로 늙지만, 마음의 유연함은 내가 선택하고 지켜야 한다. 작은 것에도 고집을 세우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닫지 않기 위해.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린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나는 다시 배울 수 있고, 다시 자랄 수 있다. 딱딱한 가지가 되어 부러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조금은 부드럽게 흔들려본다.


가방끈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조차 오늘은 감사하다.

이 무게를 짊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마저 내가 아직 유연하다는 증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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