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동안 고마웠어
불과 며칠 전까지 하루 종일 머물던 곳인데,
며칠 사이 책과 컴퓨터 등을 새 사무실로 옮긴 후 다시 돌아간 사무실이 사뭇 낯설다.
잠깐 책을 보며 같이 마시려고 사온 커피 향만 그 공간을 채운다.
이곳은 처음 야경과 시티뷰가 너무 좋아서 계약했던 사무실이었는데, 6개월쯤 쓰고 보니 어느새 무뎌져서 이후로는 바깥 풍경보다는 커다란 모니터만 바라보며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더 지나 딱 1년 반 만에 다시 이사하게 되었는데, 이전 사무실을 한동안 계속 쓸 수 있게 배려해 주셔서 가끔 책 읽으러 와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찾아온 사무실은 마치 주인을 잃은 강아지 마냥 처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부 집기를 치운 자리에 쌓여있던 먼지를 깨끗이 물티슈로 닦으며 구석구석 청소하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책을 읽었다. 왠지 마음이 붕 뜬 느낌이다.
어쩔 수 없이 30분여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이라 그리 덥지 않아 20분 정도를 걸어서 새 사무실로 왔다.
아직 완전히 내 공간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며칠 꾸준히 정리하고 일하고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내 공간에 얼마나 마음을 두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결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느낀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새 사무실을 구해놓고도 뭔가 정이 안 가고 불편한 느낌이 들어 기존 공간도 같이 몇 달 더 사용할까 고민했었던 나였는데. 이렇게 금방 적응하다니 거참.
결국 내 마음이 머무는 자리가 내 공간이 된다.
중요한 건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