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 & mood
일상에는 여러 가지 모드(mode)가 있다. 아주 바쁠 때는 집중력 모드를 발휘한다. 또 때로는 한없이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으름 모드가 발동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을 때면 잠시나마 판타지 모드에 진입했다가, 또 집안일을 하게 되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보이는 현실 모드 또한 존재한다.
결국 우리 삶의 외면은 내가 어떤 모드로 더 많이 살았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에 따라 모드의 종류와 양은 다를 수 있지만, 어떤 이도 한 가지 모드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각각의 모드로 살아갈 때 우리는 저마다 그 모드에 따른 무드(mood)를 느끼게 된다.
열정적일 때도, 무료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기쁨과 평화가 찾아올 때도 있고, 아픔과 실망이 어우러질 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내면은 내가 어떤 무드로 살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닐까?
삶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제 아내가 자주 식사하러 가던 회사 근처 식당에 차량 한 대가 돌진해 와서 큰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회사동료들이 그곳에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실제 그곳에서 사고가 난 사람들은 사망과 중상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들에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일이 아닐지라도 우리 삶에는 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고, 과거를 바꿀 수 없는 일들.
그렇다면 그 상황에 임하는 모드를 바꾸거나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무드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모드와 무드는 실과 바늘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만 바뀌어도 다른 하나가 같이 바뀌곤 한다.
어제 8월 1일이라 오전부터 회의를 했다. 회의와 별개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요청이 추가로 들어왔다.
그 와중에 아들은 친구네 가족과 같이 제주도를 갔는데, 바쁘다 보니 전화도 한통 못했다. 딸은 학원에 갔다가 친구들을 같이 점심 먹으라고 말해두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바로 답변하고, 당장 할 수 없는 일들은 할 수 있는 만큼만 체크해서 업무일정을 공유했다. 결과적으로 내부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렸는데, 그것 역시 주말 중에 시간을 내서 체크해 보기로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바쁨 모드, 집중력 모드가 필요했지만, 날씨 때문에 무더위 모드, 귀찮음 모드 또한 발동한다. 이럴 땐 잠시 무드를 바꿔본다. 문자로만 처리하던 일을 전화해서 소통한다거나, 반대로 전화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은 메일을 남기는 식이다. 어제는 식사 후에 근사한 카페에 가서 회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무드를 바꿔봤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또 누군가는 한창 휴가를 즐기고 있을 것이며, 또 다른 이는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시기만 다를 뿐 언젠가는 다 경험하게 될 일들이다.
바쁜 와중에 왠지 고요하게 삶의 풍경들을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