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이지만, 달라지는 이유은 내용이지만, 달라지는 이유
강의가 있는 날이면, 나는 늘 강의안을 다시 꺼낸다.
전과 같은 내용이라도, 청중은 언제나 새롭기 때문이다.
이전에 여러번 했던 강의이더라도 현재 수강생들을 떠올리며 더 보완할 부분들을 찾는다.
정말 몸이 아프지 않는 이상 이 원칙은 늘 지키는 편이다.
언뜻보면 참 번거롭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행위인데,
결과적으로 이런 마인드 덕분에 그동안 강의를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강의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의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한가지는
자신이 경험하고 실패한 이야기에는 남다른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단번에 해낸 이야기는 오래 남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론,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건져 올린 통찰,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피어난 공감,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강의의 재료다.
오늘은 독서심화강의가 있는 날이다.
속독강의를 마무리하고, 지난주부터 다시 느리게 읽는 방법에 대해 함께 나누고 있다.
독서의 진정한 기쁨은 책을 많이 읽었을 때가 아니라, 온전히 읽었을 때 만난다.
물론 온전히 읽기 위해 사전에 많이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속독은 빠르게 읽는 기술이 아니라, 다시 천천히 읽기 위해 책과 친해지는 과정이다.
다시 진지하게 만날 사람을 소개팅하듯, 다시 진지하게 읽을 책을 빠르게 읽으며 찾는 과정이니까.
그렇게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만나면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고, 쓰고를 반복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2-3번 깊이 읽는 정도로도 지식을 내것으로 만드는 건 요원하다.
정말 중요한 내용은 10번이고 20번이고 반복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싶다.
강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내용을 알려주고 있지만, 결국 강의의 깊이는 반복에서 나온다.
기계적인 반복이 아닌 "의식적인 반복"이 중요하다.
‘다시 한다’는 건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의 발현이다.
의식적인 반복은 기술이 아닌 태도를 키운다.
오늘도 강의안을 고치며, 나 자신을 조금 더 다듬는다.
성장은 결국, 자신을 매일 업데이트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월요일 강의안을 업데이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