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을 참지 못하는 우리의 자화상
작년 새벽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아침에 눈 뜬 후 3시간 동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작년에 여러 가지 시도해 본 습관 중 결과적으로 운동과 더불어 가장 효과가 좋은 행동이었다. 그러다 계엄사태 이후 2주 넘게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했다. 수시로 뉴스와 영상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아침 금욕 습관은 무너졌고,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중독 증상이 시작되었다.
나의 뇌는 점점 영상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도파민에 중독되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왜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이 되는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잠시라도 무료하게 지나가는 시간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심심하면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되니까.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 내가 좋아할 만한 소설, 영화, 노래 등등.
스마트폰은 너무도 손쉽게 무료함을 달래준다.
한참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안쓰러워 보였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창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다행히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산책을 하는 시간들이 나를 다시 조금씩 자유롭게 해 주었다.
물론 여전히 스마트폰은 많이 쓰지만,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무료함은 귀찮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자라는 비옥한 틈이다.
인간은 심심해야 비로소 더 밀도 높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결국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있다. 스마트폰을 지배하지 못하면, 결코 스마트해질 수 없다. 스마트폰을 지배하기 위해 오히려 적당 멀리할수록,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심심한 시간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자유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