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방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운트 May 03. 2023

이제는 조금, 아버지를 알게 될 것 같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난해 가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여전히 화제인 소설이죠,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근래 보기 드문 소재와 주제, 그리고 구수하면서도 날카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로 시작하는 이 소설을 펼쳐 읽다 보면 자못 복잡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와 어쩌면 당연하게도 불화할 수밖에 없던 딸 아리는, 아버지의 느닷없는 죽음 앞에 황망합니다. 그리고 사흘의 장례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넘실대는데요, 한편으로는 눈물 나고, 장례식장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웃음까지 자주 교차됩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왁자지껄한 장례식장 한 구석에 앉아 육개장에 소주 한잔 걸치고 또 고인에 관한 추억과 일화를 함께 나누는 듯한 느낌을 진하게 갖게 될 거예요. 걸죽한 사투리와 블랙코미디는 정말 잘 어울리고요.


˝그래도 사람은 갸가 젤 낫아야.˝ - 본문 중에서



혁명을 꿈꾸고 지리산을 누볐던, 여전히 그 신념을 버리지 않아서 오히려 비웃음을 사기도 했던, 생활력은 없었지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연민을 가졌던, 하지만 딸에게만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아버지, 그리고 신랄하면서도 아버지로 대표되는 우리 현대사와 아픔을 조금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딸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힘과 여유를 함께 갖춘, 깊고도 재미있는 이 소설을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사랑하는 53가지의 방법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