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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헌 Apr 12. 2023

Just do it 을 위한 기초훈련  Just run

그냥 좀 하자.

이제는 나도 러너.

러닝을 시작한지 1년 8개월 정도 되었다.

매일 뛰는 기간도 있었고, 좀 게을렀던 적도 있지만 돌아보면 주3~4회 이상, 한번뛰면 6~8km이상은 꾸준히 뛰었다. 그러다보니 1km로 힘들었던 초반과 달리 기록도 좋아지고, 러닝에 대한 지식, 노하우, 철학도 생겨 이제 제법 일가견 있는 러너가 되었다.


마라톤 대회도 꾸준히

섣불리 여러사람에게 추천했다가 나중에 정작 내가 흐지부지되면 창피할까봐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았었는데 이쯤되면  추천할 만한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근래들어 부쩍 러닝전도사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한 10명에게 적극 추천하고 그중 2명 정도가 지속적으로 뛰고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공감했지만 아직 한번의 시도조차 못한 분들이 절반을 넘는다.


매일 일상을 걷고 뛰는 우리들인데.. 그냥 한번 길게 뛰어보는 것인데.. 한번의 시도가 그리 어렵다.




무엇이 우리를 못뛰게 하는가?

나 역시 이전에 여러번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건 것처럼 늘 1~2주하고 흐지부지되었고, 그럴때마다 또 찾아온 실패에 혼자 머쓱하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한겨울에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가 7~10Km를 달리고 온다.

더 신기한건 이제 문을 나서는 그 결심의 과정이 그리 괴롭지도,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지도 않다.

분명 뛰다보면 괴롭고 힘든데, 꾸준히 하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는데 그전과 뭐달라졌을까?

무엇때문에 나는 매번 무너졌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한 준비'혹은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였던 것 같다.




러닝화 신고. 무릎보호대 차고. 편한 복장이어야만 뛸 수 있나?

나이를 먹으면서 바뀐 점 중 하나.

뭔가를 할 때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완벽치 않은 상태에서의 시도가 껴려진다.

운동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결국 쓸데없는 걱정이 늘은 것.

준비안 된 상태에서 했다가 뭔가 그르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준비를 많이 해야하는 일이 아닐때도 그런 주저함으로 한주 두주 혹은 몇 달도 그렇게 보낸다.


그런데 사실 마음의 준비든 실질적인 준비든 그것이 그렇게 그 일의 성패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이 없다. 준비를 하든 안한든 처음 몇번은 실패하기 마련이고, 나중에 돌아보면 대부분 신경썬던 대부분의 준비가 쓸데없었던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춥지는 않을까? 무릎이 조금 이상한데? 러닝화를 신어야 하는 데 집에 두고 왔네. 코스가 내가 원하는 코스가 아닌데.

마침 뛰기 싫은 내게는 언제나 수많은 정당화의 논리가 있다.

오히려 완벽한 준비를 하려하는 마음이 달리기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키우고,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게 한다.






그냥 뛰어봤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내가 싫어 언제부턴가 한번 해보았다.

퇴근하면서 운동복이 아닌 청바지로도 뛰어봤고, 백팩을 메고도 뛰어봤다. 비맞으면서도 뛰어봤다.

러닝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로도 뛰어봤다. 구두는 안된.

확실히 불편하다. 근데 생각보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1,2km 뛰다보면 또 뛰어진다.

그리고 완주후에 오늘도 했다는 기분좋음, 뿌듯함은 똑같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제 그냥 대충 챙겨입고 나온다. 물론 준비된 상태의 러닝을 선호하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제 자신있게 그냥 뛴다.

일단 뛰기 시작하는 것. 그게 다인 것 같다.


걱정하는 일은 별로 안일어난다.

일단 뛰기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한 적은 거의 없다.

그게 복장이든. 화장실이든. 길의 상태든. 조금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일을 마치려는 욕망이 크기 때문에 어찌되었건 목표한 바를 완수한다.

그리고 걱정했던 안타까운 일, 후회할 만 일은 그다지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이 많아 지는 나이에 접어 드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게 호르몬의 영향이든 많이 축적된 실패경험의 영향이든 어찌되었건 새로운 시도를 더디게 하고 호기심을 잃게 한다.


결심하고 준비하는 루틴을 없애는 것. 그리고 그냥 하는 것.

그게 어쩌면 40대에 접어든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






그냥 뛰자.

그리고 모든 마음먹은 일을 그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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