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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Oct 16. 2021

어지러움의 공포

메니에르 증상이 도졌다. 메니에르는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천장이 계속해서 도는 증상이 있다. 뱃멀미가 10배쯤 나는 느낌이랄까. 그리면서 구토를 동반한다. 심하면 일주일 정도는 누워 있어야 하고 몸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10년 전쯤부터 1년에 한 번씩 응급실에 실려갔다. 병원에서는 감기 바이러스가 귀로 온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5년을 응급실에 실려갔다. 아이도 키워야 하고 일도 해야 해서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새벽에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며 몸을 쥐어짜듯 하루하루를 버텼다. 안 되겠다 싶어 이비인후과를 찾았고 이석증의 종류인 메니에르 진단을 받았다.


그 뒤 몸 관리를 하니 최근 2년쯤은 괜찮았다. 그리고  증상이 나타나면 약을 바로 먹으니 하루 자고 나면 사라졌다. 이번엔 머리가 묵직하더니 몸이 휘청거렸고 느낌이 다른 때와 달랐다. 가볍게 넘어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새벽까지 잠 안 자기,  짠 음식 먹기, 카페인 과다 섭취, 과도한 스트레스. 이렇게 될 것을 알며 서도 왜 몸을 막 썼는지.


 머리가 묵직해 오고 귓소리도 다른 때보다 삐이 거리며 요란했다. 그리고 천정이 도는 것 같았다. 약을 급히 찾아 먹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낮 12시였다. 왼쪽으로 누우니 어지러워 오른쪽으로 돌아 누웠다. 머리의 묵직함 때문인지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jontyson, 출처 Unsplash


매트리스 한쪽이 기우는 느낌이 들어서 깼다.  누군가  내 옆에 눕더니 내 손을 잡았다. 나도 그 손을 어루만졌다. 팔목이 부드럽고 얇았고 자그마한 손에 내 손바닥 안에 쏙 감겼다. 아이 손 같았다. 5시쯤 아이가 오는데 5시간을 잔 건가? 언제 왔냐고 물으려는 는데 입이 다물어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얼굴을 돌리려는데 몸이 움직이질 안았다. 몸을 뒤처기다 눈을 뜨니 옆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이번엔 누군가가 내 발을 에워쌌다. 누구냐고 물으려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소리를 쳤지만 말도 할 수 없었다. 몸을 흔들며 발버둥 쳤다.


꿈이었다. 가위에 눌려본 적은 있지만 피부의 감촉과 무게감까지 느껴지는 꿈은 처음이라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 공포감에 휩싸였다. 지인이 알려준 데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탄은 물러갈지어다!"


두 번 소리 높여 말했다. 빈 방안이 내 목소리로 채워졌다.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몸이 허해지니 그새를 틈타 악몽까지 꾸는구나.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깨어나서도 그 꿈이 곱씹어진다. 그전에는  무서워 움츠렸다면 이제는  아니다. 그것에 잠식당할 만큼 내가 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럴수록 내 꿈은 더욱 생생하고 디테일해진다.


어찌 됐건 자고 나니 머리는 가라앉았고,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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