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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디자이너 Nov 19. 2021

시작하기에 앞서

텔레비전을 없애고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욕구를 지지해 주는 어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에서 몹시 중요한 조건이다."

스콧 배리 카우프만, 캐롤린 그레고어, 창의성을 타고나다, 2017, 클레마지크, p.58



창의성은 타고난다고 합니다. 유년시절 어떠한 환경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커가면서 창의성이 숨어버리기도 합니다.


저는 디자인학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십여 년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8살 12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해서 그간 집이 실험실이 되어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고 키워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커가는 아이들이다 보니 창의성에 대한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좀 다르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그동안의 일상 사진과 글들로  창의력을  모습을 올리려고 합니다.  아마 가정에서 이미 하고 계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창의력 키우는 과정이었구나 정리의 시간을 가지시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5년 9월 9일 집에 텔레비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액자를 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생활 속 창의력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라고 하니 말이 거창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없애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들도 텔레비전이 없으니 그때부터 일상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TV 자리에 액자를 놓은 날








아이들이 TV를 본다. 움직임도 없이 소파에 누워있다. 문득,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 편하자고 보여주는 거 아닐까? 2015년 9월 9일 거실에 TV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TV에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


텔레비전이 없는 거실은 거대한 뭔가가 빠져나간 것과 같이 한산했다. 뭔가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시커먼 텔레비전의  전기 기류로 소용돌이같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던 그 느낌이 사라졌다. 적막하기도 했다. 집안에 인공 소음이 사라지자, 생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밖에서 자연의 소리가 들려왔다.


큰아이는 한동안 TV를 다시 갖다 놓으라고 울고불고했다. 길에 버려진 TV만 보아도 갖고 가자고 떼를 썼다. 이렇게 TV를 없애고 후유증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다.


몸으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





텔레비전의 기계음 대신, 집안을 음악으로 채웠다. 잔잔한 음악을 틀면 아주 잠깐 식이였지만 6살 아들과 2살 딸은 각자 보고 싶은 책에 빠지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TV를 없애고 6살 2살 아이 책 보던 시간




심심해지니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둘째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둘이 놀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과 더 놀아주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교감하는 아이들의 모습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말도 했고, 남매는 몸놀이도 했다.


퍼즐을 종일 맞추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더라도 전보다 더 오랜 시간 집중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그리는 아이의 모습


아이가 그린 그림이 늘면서 벽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모든 어린아이들은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커서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이다." 

-파블로 피카소




레고로 놀기도 하고, 책을 펼쳐 드는 시간도 늘어났다.







한 평 안 되는 공간을 책장을 놓고 꾸며주니,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번갈아 골라서 보았다.




밤새 책을 읽어주기도 했고 남편도 동참해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첫째 아이는 요리를 돕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 작은 아이 은이는 혼자서 책을 꺼내 보았다. 펼쳤다. 아주 잠깐이지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장난감을 규정하지 않고 놀았다. 쓰레기통을 사 온 날에는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도록 내 벼려두었다.






낮이고 밤이고 각자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놀이를 하다가도 잠깐식 책을 보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서로 합심해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었다. 어떤 날은 휴지로 기찻길을 만들어 놀이도 했다.




그러다가 또 책을 보았다.







잠깐식이지만 창밖을 바라보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아이들로 성장했다.






박스로 놀이 도구를 만드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겨울 옷을 꺼내는 날에는 아빠 옷을 입고 몸개그를 하며 놀기도 했다.




남매는 때를 가리지 않고 물감놀이로 그리고 싶은 것을 흰 도화지에 표현했다.





그러다 책을 보고,




그러다 종이접기도 하고,



그러나 그림도 그리고,





그러다가 학습지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랐다.





집중해서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며주기도 했다.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작품을 만드는 창작 방을 만들기도 했다.







인형을 만들어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고,


상황극 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활짝 웃었다.






첫째 아이는 아이디어를 내어 의자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놀고,





그러다 책을 봤다.






큰아이는 선생님이 되어 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꾸준히 책을 보고, 놀이를 만들고, 서로 함께 도우며 공부도 하며, 하루하루를 아이들이 하고 싶은 놀이로 채워 가며 성장했다.








지금도 TV 없이도 여전히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심심할 것 같은, 화려한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전남 매의 삶 속에 스며든
창의력을 키워온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남매의 창의력 보고서> 매거진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이는 세상을 발견하고, 사물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바라보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또한 자신이 다른 행동을 보이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접촉이나 소리, 냄새, 맛, 이미지들을 탐색하느라 너무 바쁘다. 이 모든 것은 글이나 숫자를 배우기 훨씬 전에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놀이를 통해 배우고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p.47, 토머스 웨스트, 글자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람, 지식갤러리, 2015







두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77ergo/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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