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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Dec 24. 2021

나는 'OO' 이다.

디자인과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대학교 디자인과에서 강의를 한다. 과목은 디자인 기법 수업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디자인 기법을 익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업이다. 강의 첫 시간에 자신을  문장으로 표현한다. 학생들의 소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솜사탕이다.

그 이유는 어디서든 잘 녹아들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달팽이이다.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에 누가 다가오면 달팽이처럼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행동이 느리기 때문이다.




나는 거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뽀로로다.

공부를 별로 안 좋아하고, 노는 게 제일 좋기 때문이다.




나는 거북이

배우는 게 느리지만 끝까지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액체다.

주변 환경에 맞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무드등이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븐이다

행동을 결정하기까지 예열하듯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빠르게 행동한다.




나는 아스날이다.

지금은 20등이지만 항상 무한한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성인이 된 어린 왕자.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장미와 여우 같은 소중한 것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화기이다.

목소리만으로도 상대방에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형상화하여 발표하는 모습






자신을 사물에 투영해서 말하는 건,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것을 의인화라고 하는데, 의인화는 사물이나 추상 개념을 인간인 것처럼 표현하는 수사적 방법이다. 아이디어 발상을 위해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소개할 때 주로 장점을 내세우지만 자신이 고치고 싶은 단점 말하기도 하기도 한다.



다음으론 자신을 비유할 상징물을 찾는다. 그것은 사물이 되기도 하고 추상적인 어떤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이해해야지 그것에 의인화할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 본질은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가위를 디자인할 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위를 떠올리면서 외관만 예쁘게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위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가위는 무언가를 자르기 위해 사용되는 물건이다.  이것이 가위의 기능이자 본질이기도 하다. 본질에서부터 출발하면 다양한 형태의 가위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



자신을 비유할 상징물들을 찾고 하나씩 대입하며 품어 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뇌를 자극한다.  자신이 이런 사람인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학기마다 한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해본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을 소개할 때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아이디어도 기발해진다. 자기를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풍부한 어휘를 갖게 된다.


이러한 소개는 자신에게 동기 부여되어 15주 동안 실습을 잘할 수 있게 돕는다.



학기를 마칠 때쯤에는 '수업을 한마디로 표현'하게 한다. 이것으로 학생들은 강의에 대한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더 좋은 것은 학생들의 강의에 대한 소감으로 나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다음하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한 학생이 디자인 기법 수업을 한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디자인 기법 수업은 '대머리'입니다.





?





알차고 재밌는 수업에서 도저히
헤어(Hair)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OO'이다.

한 문장으로 자신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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