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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실이 Jan 11. 2023

자기 확신

살다 보면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때가 온다.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이 조직은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어째서 이런 비효율의 굴레에 갇혀 악순환이 반복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문화다. 본인이 업무를 오랫동안 맡았지만 인사발령 등 사유로 담당자가 변경되어 조직이 차질 없이 돌아가려면 후임자에게 꼼꼼히 알려주는 게 맞는데 왜 대충 하고 가는지 의문이다. 보통 2년 동안의 업무를 정리하고 마무리해서 넘기는데 왜 인수인계서는 10장도 채 되지 않는지 의문점 투성이다. 그럼 후임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깜깜한 터널에 갇힌 느낌을 받고 어두움 속을 실수하면서 걸어가게 된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이루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이뤄왔고 그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당시에도 당연히 어렵고 힘들었겠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서 기억이 미화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늘 나는 뭐든 하면 되는 사람이고, 열심히 하다 보면 모르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걸 믿고 살아왔다. 그리고 여태 내 인생은 그래왔다.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신규 시절에도 물론 모르는 것 투성이었을 것이다. 기안을 어떻게 쓰고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그리고 윗사람들이나 동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몰랐을 것이다. 그랬을 텐데 지금의 나는 왜 모르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 인스타를 하다가 여자아이들 전소연의 리더가 했던 말이 내게 강하게 꽂혔다. 자기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그걸 빨리 해결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기 확신을 가지고 모르는 걸 빨리 알아버리면 괜찮아질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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