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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트윤antyoon Dec 07. 2024

2024 사적 연말결산

나, 잘 살았니?

2025년의 초대장을 받기 전

Words by Jeong-Yoon Lee


12월이 되니 여러 시상식이 시작되고 있어요. 서서히 2024년을 잘 보낼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2024년 사적 연말 결산 올해 나는 뭘 기억에 남기고 싶은지 대략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10가지를 추려보기로 했어요. 엄청 따지고 고민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닌 갑자기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에 나중에 이것도 추가할 걸 뺄 걸 하는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차피 내가 쓴 글을 두 번 세 번 읽는 일은 없다.


①명확히 잘한 일

내가 완독 한 책을 진열해 놓고 나 스스로에게 과시하는 목적도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굳이 굳이 읽을 책을 모두 구매해서 읽고 있었다. 어느새 책장은 책으로 차고 넘치고 한번 읽은 책은 두 번 세 번 읽을 일은 1%다. 꿈꾸던 인테리어가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나 내 집이면 모를 일이지만 이사를 가게 되면 책 또한 엄청난 무게의 짐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집안에 있는 책들도 정리를 시작했다. 중고서적 판매를 해서 책장을 가볍게 유지하려고 정리 중에 있다. 무엇보다 나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나의 생각을 남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그 책이 생각나면 검색해서 내가 이때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되짚어 보면 될 일이다.


②칭찬할 일

매일 하는 만보를 하면서 양재동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안 가봤을 곳까지 열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너무 동네를 낯설게만 느끼고 있었던 거 같다. 동네와 친해지기 위해 당근 앱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동네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동네 산책을 하면서 블로그에 동네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곳은 다 가봐서 등산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칭찬하는 일이 되었다. 온갖 것에 예민함을 감추고 무던한척하며 살았던 나에게 제격인 운동이다. 동네에 가깝게 등산 할 수 있는 산이 존재한다는 거 자체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③뿌듯했던 일

도서관에서 책도 꾸준하게 빌려 읽고, 의외의 일이 들어와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의 일을 텍스트로 명확하게 정리해 보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 정도다. 올해 읽었던 책 속에서 찾은 한 문장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럴 때면 내가 이 문장을 찾으려고 그렇게 읽어나 싶기도 하다. 나의 소개서처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나부터가 명확히 하기 위해 텍스트로 정리해 두는 일은 확실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④아련했던 일

11월 결혼식을 가던 중이었다. 엄청 추울 거 같아서 니트에 코트까지 껴입고 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문득 드는 생각이 "하루만 더 살지"였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서 슬픈 일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디즈니플러스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를 보면 "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때론 스스로 갖는 의지보다 타인에 의해서 갖게 되는 의지도 존재하니까 그 "의지"를 놓친 것에 대한 아련함이었다.

 

⑤씁쓸했던 일

누군가의 죽음이 막상 슬프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만 쉽게 잊지는 말아야겠다. 기억하며 기억해 줘야겠다.


⑥잘 산 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마뗑킴 패딩조끼를 다시 꺼내 입기 시작했다. 입을 때마다 생각한다. 정말 잘 샀다! 브랜드와 상관없이 패딩조끼에 극찬을 보낸다. 옷장을 차지하는 부피감과 사고 싶은 생각 자체가 안 들어 패딩은 사지 않았는데, 갈수록 강추위에 코트만 입기 힘들어져서 패딩조끼를 구매했다. 오들오들 떠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 마음까지 채워지는 기분이다. 너무 잘 샀다!


⑦박장대소하면서 웃었던 일

슬픈 일이 오니 가족끼리 애틋함이 생겨 가족여행을 가기로 해 서산으로 여행을 갔다. 그날 밤 샤워를 마치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발견하여 내가 먼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모두와 공유하면서 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막내 조카에게 이비는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물었는데 프랑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프랑스 바게트가 한국 바게트보다 얼마나 맛있는지 비교하면서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줘서 박장대소하면서 웃었다. 하고 싶은 일이 참 구체적이니 꼭 해보겠구나!


⑧후회하는 일

20대부터 재테크 관련 책도 읽었지만 소비습관만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부동산, 주식투자와 같은 일엔 거리 두기를 했던 거 같다. 물론 현시대에 금융이 쉬워지기도 한 것이 한몫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 년이라도 먼저 시작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30대 중반부터는 크게 나의 자산에 별다른 기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손해를 보더라도 질러봤으면 어디서든 메꾸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10년 뒤에도 후회할 나를 위해 지금이라도 소심하게 해 보는 중이다.


⑨의외의 일

어릴 적 엄마는 하고 다니던 금반지가 지겨워지면 디자인을 바꾸기 위해 동네 금은방에 끼고 다니던 반지를 가져다주고 보석 박힌 새로운 디자인으로 가져온 게 떠올랐다. 당연히 금세공비가 들 거라는 생각에 비싸면 그냥 안 해야지 했는데, 어머나! 금값이 20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오른 것이었다. 오히려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현금까지 생겼다. 이렇게 금값에 무지했구나! 이제는 친구들도 경제적인 능력은 되니 버려질 선물보단 금 선물을 해주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선물할 일이 생기면 금 선물을 해줘야겠다. 


⑩운일

tvN 드라마 정년이 보면서 매회 그렇게 오열하듯이 울었다. 자기반성에 대한 눈물 같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들이었다. 나는 그토록 내가 원하는 일에 있어서 얼마나 피땀눈물 흘리는 노력을 해봤는지, 견뎌봤는지, 버텨봤는지 자기 합리화로 도망친 건 결국 나였구나! 지나고 보니 주변 인물이 보이고 다 각자만의 노력이 있는 건데 나는 나만 보면서 억울해했던 거 같다. 아직도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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