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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트윤antyoon Aug 02. 2024

식물의 입장이라면

실내 식물영양제를 리뷰하며

Plant Is Afraid

Proud Plant Mom

Words by Jeong-Yoon Lee


식물의 입장이라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부모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기에 모든 게 처음인 상태에서 돌봄의 상태에 놓이거나, 키워야 하는 입장이라면 과연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선택받은 입장에서 키워낼 주인을 얼마나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10년 이상 함께할 수도 있겠지.


반려동물보단 반려식물이 덜 죄책감을 느끼기에

주변엔 식물보단 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전 왠지 모를 책임감과 부담감의 무게로 같은 생명이지만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은 키우질 못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키운다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강아지가 살기 좋은 환경부터 준비되었을 때 키우고 싶단 생각이거든요. 그리하여 식물 먼저 키워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과잉관심이 되었구나

인생을 살아보니 과잉보단 결핍이 오히려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나에서 세 개 네 개로 늘어나면서 식물을 키우는데 자신감이 살짝 붙어 식물의 양을 늘려보았어요. 별다른 식물 공부는 안 하면서 물 주기 정도만 물어본 뒤 식물에겐 마치 물 주기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키우다 보니 물에만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결국 과습으로 하나둘 죽어가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때 깨달은 식물 경험

코로나 때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식물의 성장과정을 가까이 학습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식물에겐 분갈이, 환기, 햇빛에 따라 성장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어요. 그렇게 겨울이 오고 잠깐 창문밖으로 해피트리를 내놓았는데 그만 얼어 죽는 걸 보고 온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점점 비어 가는 화분의 수가 늘어갈수록 일단 있는 식물이나 잘 키워내 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죽어가는 식물 살리기

그 키우기 쉽다는 스투키가 과습으로 죽었을 때 속상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아무래도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처음 구매해서 데려왔을 때의 생김새와는 다르게 초라해져만 가는 식물들을 보고 있자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 고비의 처음은 콩고였어요. 처음 그 짱짱했던 이파리는 더 이상 볼 수 없고 새로 나오는 이파리들은 말이 안 되게 작은 사이즈더라고요. 창가에 올려두고 햇빛을 잘 받게 해 주니 새로 나오는 이파리들이 건장해지더라고요. 줄어든 식물수를 다시 늘리기 위해 고민 끝에 알로카시아를 야심 차게 데려왔는데, 과습으로 그만 다 죽게 생긴 거예요. 찾아보니 수경재배로 살릴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수경재배로 살리게 되었어요.


이제는 자랑스러운 식엄마?

내가 키우는 식물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직접 키우며 배운 나만의 노하우들로 알파인식물, 콩고, 알로카시아, 금전수, 여인초를 키워내고 있는 중입니다. 적당한 무관심을 장착한 뒤 식물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에요. 특히나 여름이면 환기, 온도, 햇빛의 조건이 잘 맞으니 성장하는 속도가 겨울에 2~3배는 되는 거 같아요. 매일 아침 눈을 떠 새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이파리를 발견하면 세상 뿌듯한 마음과 함께 매일매일 다르게 변화하는 이파리의 성장과정을 내 눈으로 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화단관리 일인자

동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집인데 화분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에요. 꽃이 피는 식물부터 먹을 수 있는 채소까지 두루두루 키우고 계시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와~ 이분이야 말로 식물관리의 최고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저의 최종목표도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우는 것이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무리라 테라스 있는 집을 너무 갈망하고 있습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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