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ㅇ)과 ANT 이론으로 확장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Words by Jeong-Yoon Lee
앤트윤이 관찰하고, 연결하고, 의미를 번역하는 태도 속에서 브랜드는 살아 움직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나의 동그라미 심볼은 한때 캘리그래피를 배우던 시절에 만들어뒀던 붓글씨이다. 나는 이름에 ㅇ이 많이 들어가 발음할 때 한 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게 살짝 불편했다. 그래서 이름에 ㅅ자가 있는 게 부러울 때도 있었다.
그런 이름 속에서 싫었던 ㅇ자를 이용해 붓글씨로 ㅇ을 써서 나의 블로그 심볼로 사용한 지 오래되었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직업적 성격이라 그런지 의미를 찾아서 부여해주고 싶었다. ‘무조건 예뻐야 한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다가, 좀 더 브랜드에 관심이 쏠리는 전문적인 느낌을 가지고 싶어서 본격적으로 작년부터 내 브랜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원의 형태만을 두고 더 큰 원을 그리며 나는 모든 것을 품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가, ‘브랜드를 선의로 해석한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풀리지 않는 찝찝함이 늘 남아 있었다.
올해 들어 건축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유현준 건축가님의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공간의 미래', '공간 인간' 두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마침 유현준 건축가님이 전체 총괄을 맡은 전시도 있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모든 기운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 싶을 정도로 딱딱 맞는 전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올해는 새로 일하게 된 곳도 그렇고 건축과 가깝다.
그렇게 건축가의 책에서 발견한 ANT 이론. 처음에는 나의 별칭인 앤트, 개미와 일치해서 한 번 더 눈이 갔다가, 이 이론을 거듭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나랑 엮이는데?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챗GPT를 돌려 브랜드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너무 잘 풀어줘서 일단 블로그에 공지로 올려뒀다.
아, 글만 올리면 재미없어서 급하게 로고를 수정했다. yoon에서 oo에 눈동자를 넣어보고 싶어서, 너무 흔한 형태지만 그래도 관찰하고 해석하고 연결하는 나의 블로그 운영 방식과 떼려야 뗄 수 없어 웃는 얼굴을 형상화했고 아주 빠르고 간편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수정 없이 바로 핸드폰 배경화면과 인스타그램, 카톡 프로필을 교체했다.
챗GPT가 작성해 준 나의 새로운 확장 브랜드 소개를 블로그에 올렸지만, 브런치만큼은 내가 100% 쓴 순수한 글을 올리겠다는 나의 다짐이 있기에 이렇게 다시 생각을 정리해서 풀어내고 있다.
앤트윤이라는 이름과 블로그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떤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도 아니라 주변이나 가족들은 내가 “왜 굳이 이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어디서든 어떤 일을 하든, 내 머릿속에 철학, 개념, 존재의 이유, 의미 등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든 사람이라 그렇다.
그리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어도, 나는 블로그를 하는 게 좋기 때문에 나의 의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매번 재정비하고 재정의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끝까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떻게 이게 보상으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현재 나는 디자인이라는 직업보다는 블로그라는 제2의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다.
나도 큰돈 벌고 싶다. 하지만 아무나 와 일하고 싶진 않다. 나의 이런 진정성과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러니까 이런 방식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만 일하고 싶다. 당장 눈앞에 성과로 나타나는 수익형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오래, 깊게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일은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계속 변한다. 그 상황에 맞게 브랜드도 인재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80살이 되어도, 눈과 손이 건강하게만 타자를 칠 수 있다면 블로그를 위한 작업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노인으로 살다가 죽고 싶다. 진심이다. 그리고 뭔가 블로그가 SNS계의 클래식 같은 느낌이라 그것도 좋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