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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학 Jun 08. 2020

01. INFP가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에 대하여

나는 다 계획이 있다


집 근처에 작업실을 얻었다.

오늘 저녁 여섯시. 작업실로 향하려는데 엄마가 물었다.


"작업실을 왜 이제 가 ? 시끄럽고 더운 낮에 가야지."


맞는 말이다.

요즘 위층이 리모델링 중이라 간혹 드릴과 망치소리가 귓전을 찢을듯이 울린다.

또한 날이 더워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그런 한낮에 작업실을 가면 조용한데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켜서 시원할텐데.

왜 나는 가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소음과 기온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못 견디겠는 건, 사람이다.


*


작업실은 나 이외에 세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다.

온전한 독실이면 더 좋을 거 같긴 하지만, 주머니 사정상 이게 최선이다.


공간은 파티션으로 나뉘어져있다. 

방으로 나뉘어져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럼 가격이 두 배로 뛰겠지.


어찌 됐든, 나의 주요 방문 시간은 오후 6시 이후다.

왜 6시 이후냐.

그때부터는 집에 가족들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집에 사람이 많으면 번잡스럽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인기척이 신경쓰인다.

작업실을 얻은 이후로는 매일 저녁 도망치듯 나온다.


그 시간에 작업실에 도착하면 높은 확률로 나혼자다.

나머지의 사용자들은 오후 6시면 퇴실하고 없다.

그래서 독실은 아니지만 독실처럼 사용 중이다!


그렇다, 난 다 계획이 있다!


최소한의 사람들과 공유할 공간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사람만 없다면. 날 귀찮게 만드는 사람들만 없다면!

나는 그곳이 얼마나 허름한 곳이든 나름 버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있다면. 날 귀찮게 만드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그것이 오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이라도 도망치고 싶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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