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집단 퇴사, 그리고 기사회생
작년 12월, 6명의 동료가 집단 퇴사를 한다고 알렸다. 현금이 3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 원인이 된듯하다. 믿었던 동료들이고 그들의 결정이 매정해 보였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지 않는가. 나라도 싱크 중인 배에서 탈출했을 것이다. 별 다른 도리가 없었다.
당시 다이어리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반드시 기사회생해야 한다. 좌초된 배를 기름칠하고,
잘 정비하여 방향성을 갖고 항해해야 한다.
혼자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왔다. 지근거리에서 함께 의견을 나눌 동료가 없었다.
당시 나는 코파운더도, C레밸도 없는 모든 것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로운 대표였다.
레이더를 돌려 선배 기업가들에게 연락하여 만남을 요청했다.
이미 험난한 고개를 넘어온 분들이 이었기에 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었고, 조언해주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좋은 생각만 자주 하세요!
시리즈A 라운드에서 고군분투 중인 지인 대표가 해준 말이다.
희망 회로를 돌리라는 말이었다.
보이저 엑스의 남세동 대표님은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스스로도 희망 회로가 안 도는 아이템을 붙잡고 하고 있다면? 그런 아이템은 안 하는 게 낫다. 스타트업은 그럴 여유가 없다. 희망 회로가 쌩쌩 도는 아이템들만 골라서 해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하고 있는 아이템에서 희망 회로를 찾거나 아니면 다른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보이저 엑스 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글 발췌
악기를 배워보고 싶냐는 질문에 96.1%가 '예'라는 대답을 했다.
대한민국에 1인 1반려악기 문화는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 덕분인지 피 말리는 상황 속에서도 즐기려 노력했다.
내가 선택하고 벌린 일 아니겠는가?
누구한테 떠넘길 수도 없고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중학생 때 체육 선생님한테 처음 들었던 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군 입대 전 되새긴 이후, 두 번째로 적용하는 순간이었다.
집단 퇴사 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우린 버텼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PRE-A 투자 유치를 클로징 했다.
https://mirakle.mk.co.kr/view.php?year=2022&no=553190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린,
1. 개발팀 없이
(물론 기술도 없다)
2. 지표도 없이
(있기야 있지만, PRE-A는 부끄러운 지표다)
3. 콜드 메일로 투자사를 만났고
(57군데에 연락을 돌려 3군데만이 만나주셨다)
프리A 라운드에서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신용보증기금, 대일비앤아이(낙원악기상가), 퍼스트게이트로부터 총 6.5억원을 유치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뒤 편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왜일까?
경영진과 팀이 우수해서? 시장의 성장성이 기대돼서?
투자 유치 공식이라 일컫는 질문에, 그 어떠한 답도 끄덕거리게 할 수 없었던 우리가 어떻게?
딱 하나의 정답을 얘기할 순 없다.
엄청난 변수(퍼즐)들이 얽히고설켜있다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다.
소위 세상적으로는 이것을 '운'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신앙인으로 주님의 섭리라고 표현한다)
뒤 편에서도 소개하겠지만 나는 한 번도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사를 만나지 않았다.
데모데이, 지인, 콜드 메일, 지원사업 등등.
결국엔 많은 기회의 씨앗들을 뿌려야 한다.
초기엔 어디서 거둘지, 귀인을 만날지 그 아무도 모른다.
뒤 편부터 소개할 내용에는 독자가 유추할 수 있는 해답들이 숨겨져 있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찾아서 적용해보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공략해보길 바란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높은 라운드에서 펀딩 받은 대표님들의 이야기는 EO나 여러 아티클을 통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괴리감이 존재한다. 극초기의 대표들에겐 위화감마저 든다.
초기 라운드의 투자유치 스토리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나도 그랬지만, 아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상대적 겸손함이 발휘된다.
그래서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내놓기에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겐 높은 라운드의 투자유치 스토리는 되려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태권도에선 흰띠가 검정띠를 보고 목표를 세울 순 있지만, 당장 검정띠에게 배울 순 없다.
지근거리의 노란띠 노하우가 더욱 도움이 된다.
그래서 코앞에서 겪은 나의 어려웠던 스토리를 공유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 글을 쓰게 됐다.
이런 글도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의 분투기를 보며 가슴 뛰는 도전을 함께 할 동료를 찾기 위해서다.
뒤에서 소개할 스토리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겠지만 스타트업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매일이 고민이고 피봇팅의 연속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피봇팅 중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겐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걔 중에는 우리같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변태(?)들이 있다.
많지 않은 문화예술 스타트업, 그중에도 '악기 버티컬 스타트업?' 들어는 봤는가?
우리는 이 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오늘의 집', '무신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함께 만들고 성장을 목전에서 지켜보고 트로피를 함께 올릴 동료, 즉 팀이 필요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쓰게 됐다.
그럼 롤러코스터 같았던 창업 초기부터 프리A 클로징까지의 분투기를 시간순으로 남겨본다.
다음화 is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