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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세기여행자 May 04. 2024

인간이 아닌 것이 손(手)을 쓰게 된다

SF를 넘어선 현실

올해 1월에 개최된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4"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AI와 로봇 공학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었습니다[1]. 2020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삼성의 Balli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개되었으며, 홀로그램을 활용한 제품과 눈 및 나뭇잎을 치워주는 로봇과 같은 다양한 로봇들이 선보였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로봇을 통해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실용적인 솔루션들도 소개되었습니다. 


CES 2024에 공개된 다양한 홈 로봇들


어떤 분들에게 로보틱스는 이미 익숙한 토픽일  있지만, 2015 이후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로보틱스에 대한 새로운 담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2]. 현재 로봇은 대부분 특정 작업에 국한되어 설계되었으며, 만능 로봇은 드뭅니다. 예를 들어, 공 형태의 로봇은 굴러가며 센서와 카메라로 환경을 감지할 수 있고, 바퀴 달린 로봇은 이동하면서 위치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다양한 테스크를 수행하려면 둘 중 하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처럼 여러 팔이 튀어나온 로봇을 만들거나, 인간의 손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로봇 손’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농경사회부터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손의 역할은 필수적[3][4]이었습니다. 인류는 직립 보행을 통해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복잡한 도구를 만들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된 발전을 이룬 것은 더욱 정교한 손 사용과 이를 통해 향상된 뇌의 기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은 27개의 뼈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로, 이러한 뼈들이 조화롭게 움직여 다양한 동작을 가능하게 하며, 각 뼈와 관절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정교한 동작과 힘의 전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손의 구조 (출처: Deviant Art)


인간 손의 구조는 손목  8손바닥  5손가락  14개로  27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7개의  뼈는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움직이며이를 프로그래밍의 관점에서 비교한다면, 27차원 배열(만을 사용하진 않고 다양한 센서알고리즘그리고 기계학습 기법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됨) 통한 복잡한 알고리즘 실행과 유사하다고   있습니다이러한 프로그램 언어는 일반 코딩의 차원에서는 굉장히 무거운 모델이 됩니다. 하지만 강화학습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손이라면 얘기가 다를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데는 고도의 알고리즘과 연산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AWS 등의 대규모 AI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기업들이 점점 커 나가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동작을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들은 보다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AI를 접목시키는 기업 테슬라의 경우 ‘손’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5].


전통적인 코딩과 AI의 차이는 많지만 그중 가장 강조할 만한 것은 바로 얼마나 무겁게 프로세싱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무겁다'는 개념을 톱니바퀴의 동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써 우리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는 마치 특정 위치의 톱니가 돌아가는 것처럼 반응합니다. 이는 중요도와 상관없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버이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는 (인간은) 5초 내로 최근에 본 마사지 광고, 부모님이 좋아하셨던 식당에서부터 시작해서 조카 선물 등 관련 없는 주제가 몇 개 떠올랐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코딩된 사고는 과정이 필요하며, 상위 개념에서 하위 개념을 찾거나 관련성이 높은 것들을 하나의 몸체로 묶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톱니가 무겁게 돌아갑니다.


로봇이 실사용에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우리는 일반 코딩이 아니라, 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아무리 코드가 잘 작성되어 있더라도, 갑작스러운 변수에 대응하거나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 과도한 연산으로 인해 시스템이 멈추는 상황이 적지 않게 찾아올 것이고, 이러한 이유가 1세대 로봇이 성공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I 기술을 도입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순간순간의 선택을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예측을 하는 알고리즘으로, 로봇이나 시스템이 미리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델링됩니다. 실제로 지금 개발되는 수많은 로봇은 이러한 AI를 기반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물론 손은 더욱 까다로운 대상입니다. 앞서 얘기했다시피 27차원의 프로세싱은 AI라 하더라도 쉽지 않습니다. 로봇 공학, AI, 인체 해부학적인 이해도 및 사업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어우러져야지만 가능한 인간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테슬라 옵티머스가 계란을 들고 있다.


인간의 손을 탑재한 로봇이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사람은 반복적으로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욱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작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창의적인 사고에 대한 담론: 






[1] CES 2024: ‘All ON’ with the next generation of AI, Flitto DataLab

[2] The number of AI patents filed has soared—more than 30 times higher than in 2015, showing a compound annual growth rate of 76.9%. (Source: The 2022 AI Index: Industrialization of AI and Mounting Ethical Concerns, Stanford AI Center)

[3] "Man the Tool-Maker" by Kenneth Oakley (1949): 인류가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역사와 그것이 인간 진화에 미친 영향을 다루는 논문.

[4] "The Role of the Hand in Human Evolution" by John Napier (1962): 손의 구조와 기능이 인간 진화에서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탐구한 논문.

[5] 참고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aX4EAunDI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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