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변화의 파도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 1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리소스 업체인 체그(CHGG), 듀오링고(DUOL), 코세라(COUR)의 주가에 대한 하향 조정이 발표되었다. 이들 기업은 챗GPT가 상용화되고 지난 1년간 주목을 받았기에 이번 발표가 완전히 예상 밖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AI 시대에 교육 관련 기업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인 것 같아 본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시장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에, CHGG와 DUOL의 사례를 케이스 스터디로 분석해 본 글을 남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체그와 듀오링고를 모두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 체그는 경제대학원 1학년 시절 시계열 계량경제학 수업을 들으며 사용했고, 듀오링고는 프랑스 여행을 앞두고 사용해보았다. 두 플랫폼 모두 각각의 특징을 잘 살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체그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고, 듀오링고는 다양한 학습 시스템을 통해 언어 습득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체그(CHGG)의 최근 1년간 주가 변동 그래프다.
작년 4월을 기점으로 체그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듀오링고(DUOL)의 주가는 아래와 같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이 명확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회사를 서로 다른 길로 이끌었을까? 참고로, 이 두 회사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경쟁사 간의 전략 차이보다는 같은 업계 내에서 가치가 절하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각 회사가 어떤 방향성을 취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파도에 맞서기보다는 서핑을 즐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체그의 2023년 1분기 어닝콜에서 로젠스웨이그 CEO는 예상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AI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주가 차트를 보면 투자자들은 AI의 도래로 인해 체그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석한 모양이다. 만약 체그가 실적 발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매출을 올리던 체그로서는 회사 전체적인 변화를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체그는 파도에 맞선 것이다. 뒤늦게 전략을 바꿨으나, 주가는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듀오링고는 2023년 2분기 말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고 전해진다(출처: 나스닥). 그들은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면, 인공지능과 함께 하라'는 슬로건 아래 기본 제품인 듀오링고 맥스를 출시하는 등 실제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챗GPT에서 제공하는 AI 프롬프트 목록을 보면, 다양한 AI 언어 교사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듀오링고가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것은 기존 브랜드 가치에 AI를 접목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적은 노동 시간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기업의 입장을 제쳐두고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도 있었다. 올해 초 듀오링고는 더 이상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직원의 10%를 해고했다(출처: CNN Business).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인건비 절감을 통해 더 나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사람이 하던 일들이 자동화되거나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예를 들어, 학습 대본과 같은 간단한 콘텐츠는 이제 AI가 생성하며, 소수 인력이 최종 편집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체그 역시 작년 6월 인력을 4% 감축했다고 한다(출처: Bloomberg). 이는 AI가 사람을 단순히 대체한 것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지속적인 저성장에 대응하여 AI 관련 기술직 비중을 늦게나마 늘린 결과로 보인다.
사업 성격도 빼놓을 수 없을 것
AI 기술의 접목 여부와 관계없이, 두 사업은 성격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체그에서는 질문의 주체가 사용자이며, 이는 챗GPT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듀오링고에서는 질문의 주체가 플랫폼 자체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으며, 어떤 질문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개발자들이 기술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인 스택 오버플로우는 작년 10월에 인력의 28%를 해고했다 (출처: 테크크런치). 트립어드바이저는 사용자들이 여행지, 호텔, 레스토랑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질문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4월에 주가가 다시 소폭 하락했다.
성장통은 필연이며,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스템을 바꿔야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듀오링고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더욱 빠르게 AI가 가진 가치를 탑재 및 자동화하고 잉여 인력을 더욱 타이트하게 관리한 까닭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교육 업계에서 플랫폼 사업을 한다고 AI에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잘” 융합되냐에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상기의 예시처럼 교육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즈 코퍼레이션의 아빈드 크리슈나 CEO는 2023년부터 향후 5년간 인사, 백오피스 등의 업무 30%를 자동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며,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무 채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그처럼 기술의 가치를 외면하고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될지, 듀오링고처럼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사람이 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나 역시 모든 산업, 모든 직군이 동일하게 적용되리라고는 추호의 생각도 없다. 이 부분은 우리 산업/직군은 다르다라고 속단하기 앞서 각자가 고민해 볼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