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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슥슥 Apr 29. 2024

첫 단추

에세이 드라이브(2회차) 첫 번째 에세이




‘첫 단추가 틀어지면 단추를 아예 잠그지 않는 사람’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누군가 나의 단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엇을 시작하는 시점에 예상과 어긋나는 일들이 일어나면 금세 ‘될 대로 돼라’ 같은 이상한 심보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통제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정말이지 하던 행동을 그대로 멈추곤 했다. 남기고 싶은 단상이 떠올라 노트에 기록하다가도 첫 문단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잡고 있던 펜을 맥없이 놓아버린다거나 첫 수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의 수강을 단번에 철회하는 식으로 말이다.






 다행히 자신과 타협할 줄 알게 된 나이가 된 후로는 중도 포기의 횟수가 차츰 줄어들었다.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 어떻게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지 아프게 겪기도 했고, 출발점이 어긋나도 결과까지 틀어지는 건 아님을 어느 정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첫 단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때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휴일 아침. 주말을 어떤 행위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 나의 하루는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토요일 아침 미리 정한 알람 시간에 일어나 큰 저항 없이 책상에 앉는다면 순조롭게 읽고 쓰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정오 즈음 일어나 휴대폰으로 웹툰부터 훑는다면 그날은 어김없이 나태지옥행이다. 한동안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동작은 내 휴일의 건실함을 좌우한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증금을 걸고 이른 기상을 독려하는 루틴 앱을 사용해 보아도, 오전부터 진행하는 수업을 등록해도 변화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의지의 유효 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나는 어김없이 주말 정오까지 늦잠을 자다 첫 단추가 틀어져 버렸다고 더욱 가열차게 늘어지는 인간으로 돌아왔으니까. 그러고 보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땡땡이’ 그 자체가 아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속 되게 이르는 말

그저 수업에 결석한다는, 단순한 뜻인 줄 알았는데 땡땡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의외로 이것이었다. 나태한 태도 또는 태만한 사람. 읽고 쓰기라는 주말 할 일을 뒤로한 채 침대에 대(大) 자로 뻗어있던 지난주의 나와 썩 어울리는 단어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여기에 공표를 해본다. 5월 4일만큼은 첫 단추를 잘 꿰어보겠다고. 이번 주 주말엔 땡땡이를 부리지 않고 오전 글쓰기에 도전해 보겠다는 말이다.‘ㅡ’ (그 후기를 2주 차 글쓰기에 덧붙일 수 있기를...)




1주 차 글감 : 땡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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