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회고(24.10.14~24.10.20)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할 때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 편이다. 다양한 채널 중에서도 요즘 손이 자주 가는 건 『요즘 것들의 사생활』(줄여서 요즘사)인데, 한국의 빅데이터 분석가로 알려져 있는 송길영 님이 출연한 회차에서 기억할 만한 문장을 만났다.
결국,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남들이 보지 않아도 내가 꾸준히 했던 행위에 '나를 알 수 있는 힌트'가 있어요.
<요즘 것들의 사생활> interviewee, 송길영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저서,『시대예보 : 호명사회』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앞으로는 개인의 정체성이 곧 업(業)이 되는 시대로 바뀌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로부터 '호명'될 수 있도록 자신의 쓰임을 발견하라는 것. 그러면서 개인의 고유한 매력을 키우는 첫 단계는 자신의 호오(好惡, 좋음과 싫음)를 분명히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해라. 진로를 고민해 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뻔해 보이는 이 문장을 이번 주는 유독 오래 곱씹었다. 고민 끝에 직업을 바꿨으나 어쩐지 안착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어 종종 마음이 복잡해졌는데, 그 문제의 실마리가 아무래도 저 지점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얽혀있는 감정과 생각을 문장으로 기록하는 행위를 제일 각별하게 여기면서도 이를 나의 특성과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것. 당장 밥벌이로 써먹을 자신이 없으니 디자인이라는 차선을 선택했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앞으로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생계를 위한 일 안에서도 좋고 싫음을 세밀히 구분해 보고 취미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던 쓰는 행위에서도 호오를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는 연습 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꼭 찾고 싶다.
한 가수에 오랜 팬인 친척 언니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난생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콘서트 영상을 관람한 것이다. 더구나 IMAX 상영관이었다. 음악에 맞춰 의자가 요란하게 흔들리고 영화관인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곡에선 꽃가루까지 날리더니 막바지엔 공연장을 연상케 하는 미세한 금속성 냄새까지 풍겼다.
모든 게 생소했는데 그중에서도 신기했던 건 다름 아닌 시선이었다. 애정을 한가득 품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말이다. 그들은 마치 콘서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약속이나 한 듯 포토카드나 응원봉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어떻게 저렇게나 커다란 애정을 품을 수 있는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많은 것들에 심드렁해지고 있는 나와 여러모로 대조적이어서 흥미롭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