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회고(24.10.28~24.11.03)
연말이 다가와서일까. 쉴 틈 없이 몰아치던 업무가 차츰 줄었다. 덕분에 이번 주는 숨통이 좀 트였던 일주일이었다. 업무시간에 사적인 일을 수행할 만큼 여유가 생기자, 그제야 회고할 힘이 생겼다. 어도비 클라우드를 열어 그간 해온 작업물을 쭉 훑어본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든다면 무엇을 강조해야 할까, 어느 작업을 할 때 가장 즐거웠나, 어느 디자인이 가장 하기 싫었나 와 같은 질문들을 품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내가 '책자 작업'을 꽤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일관된 콘셉트를 고려하며 페이지에 들어갈 글과 이미지를 배치하는 일 말이다. 브로슈어나 리플릿 디자인이 이에 해당된다. 가이드 선에 맞게 이미지를 칼각으로 정렬하고 적합한 아이콘을 찾아내 시각적인 요소를 더해갈 때 묘하게 느껴지는 쾌감. 흰 페이지 앞에선 늘 막막하지만 어떻게든 내 힘으로 채워나가는 과정은 절로 몰입이 된다. 그러고 보면 이 감각은 학원에서 인디자인으로 리플릿 디자인을 했을 때도 느낀 적이 있었다.
결국, 지면을 구성하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인데 문제는 현재 회사에선 이러한 작업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더구나 사용하는 툴도 일러스트에 너무 쏠려있기도 하고. 흥미를 느끼는 디자인 작업량을 늘리려면 아무래도 이동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노동 강도가 가장 세지만 역량이 크게 늘 수 있는 인하우스나 에이전시로의 이직도 한 가지 대안이긴 한데, 그보다 '종이책'과 관련된 곳이라면 더없이 행복할 듯싶다.
가계부 정리를 어느 정도 마쳤다. 가계부 어플 상에선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카테고리를 구분해 놓은 엑셀 시트에 숫자를 옮겨보니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이 70%가 넘는 달도 있었다. 오 마이갓. 재테크에 한창 열중하던 때는 60% 이상 저축하려 애썼는데, 24년도의 나는 어느새 욜로족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새로운 업계에서 일을 하기까지 심적 혼란이 오래 이어졌으니 취직을 한 후 나에게 선물부터 주자는 심보가 발동한 것이겠지. 다행히 그렇게 장만한 새 디지털 기기 덕분에 삶의 질은 올라갔다. 하지만 이제는 관리모드로 전환해야 함을 느낀다. 물건이 두둑해지는 것보다 계좌가 두둑해지는 기쁨이 더 오래 지속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다만, 미래 대비를 위해 현재를 소홀히 하는 건 경계할 것이다.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자가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예산을 짜고 지켜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행복한 지출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들과 보낼 때 쓰는 평균 비용, 멜론 구독료, 책 구매 비용도 모두 예산 안에 포함시켰다.
돈 관리를 하면서 자주 조급해지곤 하는데, 아마 내 상상 속에서 앞서 간 이들과 홀로 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테크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속도는 내지 말자.
이번 주 실행한 것.
1. 전세 대출 상환
2. 통장 쪼개기 (생활비 / 고정지출 및 자동이체 계좌로 구분)
3. 실비보험 4세대로 전환
4. 하반기 가계부 정리
지난주 연이은 약속으로 인해 고독력이 바닥난 것을 느끼고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이번 주 주말, 다시 학교로 향했다. 좋아하는 장소를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캠퍼스마저 참 아름다웠다. 통학로 한쪽이 커다란 은행나무로 줄지어져 있고, 약속이나 한 듯 노란 옷을 입고 맞이해 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