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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h Feb 21. 2022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1

제주의 남쪽에서 다시 찾은 영원.

이 세상의 것 중 영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글쎄. 영원, 참으로 산타할아버지 같은 단어이지 않은가. 재하지 않지만 꼭 있었으면 좋겠고, 있을 것만 같. 게다가 누구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누구나 그의 모습을 흉내 낼 수다. 영원, 영원이란 그렇게 헛된 기대 정도만을 의미할 수 있는 단어일 뿐인가.


제주의 남쪽을 여행하던 중,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오두막이란 이름, 그 자체인 곳이었다. 나무에 둘러 쌓인 나무로 지어진 집. 아슬아슬한 나무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나오는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나무 문, 딱딱하지만 안락한 나무 침대, 청미한 소리가 나는 풍경이 달린 나무 창문.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살아온 사람의 안식처 같았다. 아무렇게나 만든 듯 한, 아무렇지 않은 집. 그 오두막의 이름은 “꽃신”이었는데, 꽃신 대신에 물고기 신발이 있는 어딘가 이상하고 아름다운 집이었다.


그 오두막의 이름은 “꽃신”이었는데, 꽃신 대신에 물고기 신발이 있는 어딘가 이상하고 아름다운 집이었다.


해가 있는 동안에는 창문으로 옅게 들어오는 햇빛과 눈 맞추고,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의 소란과 어딘가에 숨은 새의 사랑스러운 지저귐을 들었다. 달이 있는 동안에는 그저 잠잠히 어둠에 잠겼다. 이름 모를 풀벌레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가득 채웠다. 미안하게도 그들의 울음소리는 내게 평화가 되었다. 언젠가 천국에 가게 되면 이런 집을 짓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그 평화를 마음껏 누렸다.


오두막 속 나무 침대 옆에는 방명록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평화를 먼저 누리고 떠난 자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 같은 순간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분주함을 떠나 고독한 멈춤을 누렸다. 평안으로 쓰인 문장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하는 페이지도 있었다. "저희 어머니가 작년 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습니다.”


나는 성악설에 동의한다. 다른 페이지와는 다르게 불행의 느낌이 가득한 그 페이지에서 나는 자세를 고쳐 앉을 만큼 괴랄한 흥미를 느꼈으니까. 그리고 참 미안하게도, 그 페이지의 울음 섞인 문장들은 내게 유익이 되었다.


저희 어머니가 작년 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의 사랑하는 이가 당신을 기억할 수 있을 때 힘껏 사랑을 말하세요. 영원한 건 없지만, 내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결국 영원으로 남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어제 있던 일처럼 생생히 남는 것처럼요.


아- 영원이라.  

그 밤, 나는 풀벌레의 울음에서는 평화를, 누군가의 울음에서는 잊은 채 살던 것을 찾았다. 내가 잊었던, 내게도 있었던 영원들을.

“영원한 건 없지만, 내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결국 영원으로 남습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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