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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er Apr 13. 2019

잃어버린 블로그

1 잃어버린 블로그.

블로그를 잃어버렸다. 아이디도 기억하고 비밀번호도 기억하고 내가 기억하지 못한들 내 컴퓨터가 기억하니까 블로그에 로그인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블로그를 잃어버렸다. 언제부터 내 블로그를 잃어버렸을까, 조금은 내 이름을 밝히고 쓰고 싶어 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내 이름을 흉내낸 아이디)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고 나는 20대 반절에 걸쳐 써오던 내 블로그를 잃어버렸기에 쓸만한 곳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읽어주던 친구를 둘이나 잃어버려 블로그를 잃어버렸다. 하나는 영영 잃어버렸고 다른 하나는 잃어버렸는지 혹은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이란 가상 안에서 아이디를 찾기란 쉬운 일이라 나는 그의 다른 sns를 곧 찾아내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피지컬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와 연락이 닿는다는 것은 사실은 어려운 일이라 그의 안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친구는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일기란 이것을 읽어줄 누군가를 의식하기에 그 일기를 적는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없다라 하였는데 과연 그러할까. 그렇게 많은 공책 안에 써왔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행동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가. 쓰여졌을 수천의 문장들이 궁금해 한참을 캐보았는데 꿈쩍도 하지않아 포기했다. (이틀에 걸쳐 재촉했는데 절대 보여주지 않았음)


그리고 나는 내 글을 읽던 친구를 잃어버리자마자 그 블로그를 버렸다. 문자를 배워 문장을 구성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언제나 써왔는데 어떻게 내가 쓰는 것에 있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단 말이야..? 라며 오만떨던 난 과연 자유로웠나


2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또 너무 쉽게 모르는 상대에 대해 판단해 나의 면전에서 제 3자에게 말한다는 거였다. 너는 이래서 좋겠다, 아 너처럼 보여야 하는데 나는 왜 이런담.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기분이 나쁠 것도 없었지만 나 역시 스스로를 알아가는 중인데 나도 모르는 나를 아는듯 말해버리는 게 억울했다. 또한 그들은 언제나 은연중에 자신과 견주어 나를 말했는데 나는 하나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 말들은 아무리 잘쳐줘도 나에 대한 관심 역시 아니었는데 이토록 의미없는 말이 가장 쉬운 형태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돌아다니는 것이 의아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까닭에 그들은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나에게만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그들이 원래 자신보다 만만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해왔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지금이야 세월의 흔적이 나름 묻었긴 해도(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리버리하고 말도 잘 못하고 친구도 없는 과거의 나는 딱 만만했을 것이다. 대신 매일 밤 일기장에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적는 전통적인 형태의 악플러였다. (깔깔)


십년이 지나 다시 만난 그들은 새하얗게 웃는 얼굴로 말해온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인간은 원래 변하는 거야 세상이 변한 거야 그것도 아니면 사실 아무 것도 변한 건 없는 거야...? (세상은 요지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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