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2번,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언제나 멋져 보였고 그중에 정말 대단한 사람은 '출근 전' 새벽 운동하고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내가 간절히 원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은 내 인생에서 '가까이하고 싶지만, 언제나 먼 당신'같은 느낌이었다. 운이 좋게도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는 언제나 훌륭했다. 첫 직장에선 같은 건물에 실내골프장, 헬스장, 수영장, 그리고 요가 강의가 있었다. 선배들은 골프 1년권을 끊고 5번도 못 갔다는 얘길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아쉽게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바로 아래층에 훌륭한 운동시설을 두고도 거의 이용을 못했다. 친구들 만나서 놀 시간도 부족했다. 야근 후 집 와서 뻗으면 다시 다음날 해가 뜨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그나마 요가와 수영을 몇 달간 한 건 칭찬할 일이었다.
다음 근무지는 서울 시청 근처였다. 이번엔 더 상황이 좋았다. 내가 사는 건물에도 헬스장이 있었고, 회사 건물에도 헬스장이 있었다. 게다가 팀원들 중엔 출근 전 매일 헬스장에 다녀오는 멋진 선배들도 있었다. 좋은 환경과 훌륭한 주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기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꾸준히 운동하는 삶'이 될 수 있는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아토피가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몇 달간 열심히 했는데, 이 또한 단발적일 뿐이었다.
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건강 라이프는 다음이었다.
주 3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기
누군가에겐 이미 일상이 되어 쉬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내겐 10년넘게직장 생활하는동안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높고도 높은 벽과 같은 일이었다. 언제나 최대 운동기간은 1년에 3 달이었고, 그 이상은 지속하지 못했다. 늘 바쁘기도 했고, 우선순위에 밀리기도 했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도 했으며, 지속력이 낮기도 했고, 운동 메이트가 없기도 했다. 의지가 약하기도 했고, 시간이 없기도 했고, 흥미가 없기도 했으며, 일이 많기도 해서 꾸준히 운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돈을 써서 1:1 PT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기도 하고, 러닝 챌린지에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언제나 3달을 넘기지 못했다.
10년이 넘어가자 '주 3회 꾸준히 운동하기'는 '운동학개론' 이론에나 나오는 건강하고 이상적인 삶의 형태로서 나는 교과서에서 글로나 만나볼 수 있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마치 '이렇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처럼 전혀 와닿지 않으면서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내 인생에선 거리가 매우 먼 일로 여겨질 뿐이었다. 나는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게 가장 속 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자유로웠던 싱글일 때도, 결혼 후에도, 출산 전에도 제대로 지속적으로 해내지 못했던 운동을,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정말 시간이 도저히 안나는 라이프사이클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다시 운동을 작정하고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워킹맘들이 모여 이제는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운동'의 끈을 부여잡으며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함께 의지를 불태웠다.
뜻하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핑계 댈 요소와 제약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출근 전에도, 출근 후에도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고, 회사 가까이에 있는 운동시설부터 여러 방면을 하나씩 알아보다가 '필라테스 강사'를 초빙해서 운동하는 방법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에 진심인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활용한 필라테스 운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주 2회 운동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운동이 주 3회로 늘어나게 되었다. 회사 가까이에서, 틈새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하다 보니 운동이 서서히 내 일상에 스며들게 되었고, 어느덧 필라테스 운동 1년 6개월 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엔 수영도 시작하게 되어 주 3회, 또는 주 4회 운동도 하는 내가 되어 있었다.
어머! 나 주 3회 운동하기를 실천하고 있잖아??!!!
10년 넘게 어떤 운동으로도, 어떤 방법으로도 이루지 못했던 '주 3회 운동하기'가 어느새 내 일상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건 내 버킷리스트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반 즈음,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10개를 작성했다. 4절지 커다란 종이에 적었고, 잡지를 오려 그림도 붙이며 열심히 꾸몄다. 그리고 강사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러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 전지를 꼭 집에 붙여놓으세요!"
나는 버리기에 아까워서 커다란 종이를 집에 붙여놓았고, 이사 가기 전까지 3년 정도 붙여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주 3회 규칙적인 운동하기'가 있었는데 볼 때마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서 오히려 콧방귀를 뀌기도 했다.
'어림없지, 내가 이걸 이룬다면 버킷리스트에 쓰지도 않았지. 그만큼 어려우니까 쓴 거 아냐? 아침에 지각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부랴부랴 출근해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고 달이 떠 있는 캄캄한 밤에 집에 오는데, 운동이라니? 쉬기도 부족한 시간에 어림도 없지!'
이런 마음으로 지냈지만 그 와중에 '주 3회 운동'이 각인이 되었나 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하려고 내 무의식이 늘 작동하고 있었나 보다. 라이프사이클의 여러 변곡점을 지나는 동안, 10년이란 기간이 흐르는 동안 언제나 멀게만 느껴졌던 일이 어느 시점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버킷리스트가 달성되어 있었다.
신기하고 한편으론 놀라웠다. 나조차 포기하는 심정이었고 무수히 많은 시도에도 안되길래 '난 안되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어느 시점에 자연스러운 성공으로 이어져있었다. 생각만큼 힘에 부치거나 지독히도 어렵거나 또는 지루하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운동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운동으로 향했고, 어느 순간 나는 운동 루틴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14년 만의 버킷리스트 달성에 약간의 감격스러움도 느껴졌다. 또 어떤 버킷이 이뤄질지 모르니 원하는 게 있으면 써봐야겠다. 종이와 펜 하나로 어떤 마법이 이뤄질지 모르는 일이다. 믿어서 손해 볼 것도 없잖아? 다음 버킷리스트를 향해서 오늘도 나는 정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