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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an 15. 2024

휴식 혹은 성장, 나를 사랑하는 방법 찾기


쉬지 못하는 마음


“적당히 쉬는 건 괜찮은데, 너무 오래 쉬면 죄책감이 들어요. 이러면 안 될 것 같고, 시간낭비하는 것 같아서요. 뭐라도 읽으면 마음이 조금 나아요.”


쉼에 대한 불안, 혹시 느껴보셨나요? 위의 말들은 상담소에서 참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과도한 휴식은 시간낭비이고, 뒤처질 것 같아 조급하고, 남들 보기에 문제 있는 사람처럼 비칠 것 같고, 오래 쉴수록 불안하니까 괴로워서 뭐라도 하게 된다고 말이죠. 불안을 잊기 위해 할 일, 운동, 공부처럼 집중할 거리를 찾습니다. 눈 떠있는 동안도 이러한데, 몸과 마음이 모두 휴식모드에 들어가는 ‘수면‘은 말할 것도 없죠. 불안이 높고 걱정이 많은 날에는 일찍 잠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수능 준비를 너무 오래 한 탓일까요? 시험이 끝나도 또 다른 시험을 찾아가고, 성적을 올리듯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조급해하고. 인생을 경주하듯 성장하는 일이 도대체 언제쯤 끝날런지. 특히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자신의 기질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택했을수록 더 지치고, 만족감이라는 보상도 오지 않습니다. 마음은 지쳐가는데 불안해서 쉬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병이 납니다. 무기력해져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기도 하고, 슬프거나 우울하기도 하고, 공황이나 강박이 생기기도 하고, 짜증이 많아지거나, 술이나 야식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패배의 상처를 복구하려는 성장 욕구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20대 내내 불안과의 씨름을 했습니다. 저에게 맞지 않는 화려해 보이는 것을 선망했고, 지쳐서 무기력해졌고, 나약하고 게으르다며 나를 미워하고 있었죠. 처음 심리상담을 받던 날에는, 상담 선생님이 따뜻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안 괜찮다고 짜증을 낸 기억이 납니다. 저의 첫 상담은 대부분 치열한 토론장처럼 상담 선생님 말씀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따지는 시간이었답니다…^^


인내심 많은 상담 선생님 덕분에 혼자 생각과 싸우고 반박하다가 지쳐서 왜 이렇게까지 인정받고, 성장하는데 집착하는지,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인정과 성장 욕구 속에는 과거에 패배감과 열등감을 느꼈던 수치스러운 일들을 재경험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면의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이 만든 불안한 원동력이었죠.


나다움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성장할 거리를 찾아 ‘괜찮은’ 느낌을 얻는 것. 공부하고, 운동하며, 성장의 쾌감으로 나를 채우는 것. 아마도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너무 멋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당당하게 자기소개할 것 같은, 이 모든 일들을 멈춰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불안이란 감정은 아주 개인적 서사 속에서 탄생하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현실감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불안을 덮으려는 것은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하는 방향”의 삶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마주 보고, 회피하고 싶은 중요한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세상의 온갖 불확실성이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정 바라는, 나다운 방향”으로 삶을 채워가기 위해서요. 나에게 중요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내면에서 불안을 생성해 내는 공장을 멈추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는 너무 어릴 때부터 본질적 질문을 던져보지도 못한 채 휩쓸리듯 바삐 살아왔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묻기도 전에 “그래, 공부 잘하면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다 같이 불안을 살포시 덮어왔습니다. 그러다 직장에 취업해서도, 결혼을 해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갖게 되죠.


위의 글이 공감된다면, 이제 정말로 “나”를 만날 차례일 것입니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다른 사람이 정답이라고 하는 게, 나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 위해, 타인에게 ’ 괜찮은’ 삶을 사는 것으로 보여지고픈 욕구를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게 허상임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쓴소리, 달콤한 말, 모두 타인이 그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하는 말일 뿐이라고요. 성장, 실패, 시간낭비, 그런 건 모두 다 나를 어떤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 바라볼 때 하는 말입니다. 나를 사랑하려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으려면, 휴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어떤 좋고 멋진 말일지라도, 지금 나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니까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내 마음 안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불안을 덮으려는 성장 대신에 해야 할 일들*

-나의 불안이 생겨나는 이유(과거 경험들)를 깊이 이해하기

-불안 이해를 통해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기

-불안이 올라올 때 성장으로 덮지 않고 이완하고 휴식하는 연습

-휴식을 통해 타인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듣기



*심리 클래스 <슬로우 마인드> 첫 주에 다룰 주제를 글로 풀어 보았습니다. 한 편의 글에 담았지만, 불안에서 나다움으로 나아가기까지 무수한 시간들이 필요하지요. 그 첫걸음을 함께 연습해보고 싶은 누구든지, 1월 19일 금요일 저녁, 온유 심리상담소로 초대합니다 :)


https://forms.gle/bdjGJycKuLoBgxi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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