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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Aug 31. 2023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생각해 보면 모든 순간 미움의 연속이었다. 나의 사랑은 원망 속에서 피어났다.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 글쎄, 증오가 더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과 달리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다. 날 죽도록 미워하던 시절에는, 나는 그게 나를 미워하는 순간인 줄 몰랐다. 나의 꿈이 있었기에 나를 사랑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나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나의 먼 미래의 꿈을 사랑했던 것이었는데.

 열심히 살았지만, 그것은 오직 열등감일 뿐이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성공한 이와 나를 비교했다. 속에는 남모를 거부감도 들어,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빈 껍데기 같은 성공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성공을 이루겠다고 뚜렷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항상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꿈을 꿨지만, 그 과정이나 내용은 텅 비어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나는 어쩌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성공만을 바란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목표를 내리기보다는, 그 과정에 충실해야만 했다. 과정 중에서 내가 나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나가고 싶은지 고민해야 했다. 타인의 완성된 그림만을 보며, 어떻게 색칠해야 하는지만 고민했다.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색깔로 칠하고 싶은지는 안중에도 없고 말이다.

 누군가가 성공했다는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성공을 바랐기 때문에, 심지어는 그냥 성공이 아니라 화려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타인의 화려한 색깔만을 생각했다. 나 자체로 반짝거릴 수 있는 방법을 저버린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진심으로 어떤 색깔로 인생을 칠하고 싶은 건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나의 색깔을 찾는 일을 등한시한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쳐서도 안되고,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마음껏 헐뜯고 폄하해서도 안된다. 그들은 그들이 칠하고 싶은 색깔대로 칠했던 것이다.

 나는 어떤 색깔로 나의 인생을 그려나가고 싶은가? 생각해 보면 하루하루를 무척이나 허무하게 보내왔던 것 같다. 인생은 내가 하루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변할 수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 꿈이 성공한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가? 성공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의 인생을 사랑하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하루에 주어진 시간도 소중히, 그리고 값지게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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