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영 Apr 23. 2024

시들어 가는 꽃


어떤 사랑은 화병에 담긴 꽃과 닮아서 생기를 되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들어가는 꽃잎과 말라가는 줄기는 자꾸만 새로운 양분을 찾았다.

찬란하고 따스한 햇살 같은 것이나 포근한 바람 같은 것들을.

이미 꺾여버린 가지 끝은 점차 시꺼멓게 썩어가고,

꽃에 대한 슬픈 추억을 되새기는 어떤 이는

차마 그 꽃을 버리지 못해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꽃, 지는 꽃.

언젠가 수줍은 꽃말을 지니고 있던 그 꽃은 그렇게 조금씩 메말라가고 있었다.


'차라리 꺾지 않고 내버려 둘 걸.'

후회하다 한 번씩, 그래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의 조각들을 떠올려본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당신의 마음을 꺾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당신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나는 평생, 가슴이 사무쳤던 그 무수한 순간들을 품어보지도 못한 채,

당신이란 존재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모든 걸 놓치고 살았을 테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난 똑같이 당신을 좋아할 텐데...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프고 절절할까.


오늘도 사랑한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시들어가는 사랑을 바라만 본다.

살리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

덩그러니, 그렇게 막연하게 바라만 본다.


죽어가는 이 사랑을 보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지난날들을 추억하며, 내 마음 한편에 조그마한 촛불을 밝힐 뿐.

매거진의 이전글 몸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