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에서 이따금씩 조성되는 ‘진실의 방(CCTV 등 감시체계를 무력화한 뒤,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해 용의자를 강압 취조하는 마석도 특유의 수사 방식)’을 떠올려 보자. <베테랑>에서도 1편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서장을 비롯한 형사들은 막내에게 칼침을 놓은 용의자에게 분풀이를 위해 CCTV를 가렸지 않았나. 그러니까 무력 행사를 위해 불법쯤은 눈감는 <범죄도시>와는 다르게, <베테랑>에서는 사회 규범이 됐든 도덕적인 선이 됐든 ‘경계’를 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동기와 명분이 명확해도, 눈치를 살피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그렇기에 <베테랑>에 여러 층위로 표현되는 폭력은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앞설 수 없다. 늘 현실에 뒤따라서 현실과의 연동 가능성을 가늠해야 한다. 이제 따라오는 질문. 응징할 수 없다면, 사회의 규범 속에서 인물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냥 살려서 법의 심판대로 올리면 그만인가? 서도철의 말마따나 살인에 정당한 살인이 없고, 그 자체로 다 나쁜 거라고 일갈해버리면 그만일까? <베테랑2>는 이에 관한 소재를 환기하는 데엔 성공하지만, 정작 질문에 스스로 답은 하지 못한 채 관객들에게 바톤을 넘겨 버렸다. 이 행위에 대한 호오를 가리거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답을 제시할 수 없는 이 환경 자체가 곧 우리네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