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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h Dec 31. 2020

#41 Goodbye Brisbane.

41편의 챕터로 이렇게 안녕.

패키지가 너무 예쁜 Inner goodness의 오트 우유. 마지막 밤에 만들어보는 커피.



늘 영원한 것들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사람 치고, 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꽤 좋아한다.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세상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비록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일과 만남에 수명이 있다고 해야 하나. 오래 살고 싶다고 고집부려서 나 혼자 200살까지 사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닌 것처럼, 다 끝난 관계를 붙잡고 껍데기만 남은 허상으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건 오히려 불행인 것처럼, 무조건 영원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당한 시점이 언제인지 인지하고,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보내줄 수 있는 건 그래서 중요한 것일지도.


그렇게 나에게도 브리즈번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브리즈번 강을 둘러싼 빌딩들 불이 하나 둘 꺼질 때까지 깨어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 온 사진과 메모들로 나의 마음을 일기처럼 올려왔기에 꺼내놓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는 이제 없지만, 호주 브리즈번에서 보냈던 긴긴 시간들을 보내주면서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꼭 당부시켜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더라도, 내가 좋은 추억이라 여기면 다 재밌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

다른 모든 걸 포기하게 되더라도, 몸 건강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니까.

이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도 없으니, 함부로 다른 것들을 내 위에 올려놓지 않을 것. 

지금 내 눈 앞에 놓인 게 세상 전부인 것처럼 보여도, 막상 고개 돌리면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넘쳐나니까 좁은 시야로 단정 짓지 않을 것.

용기를 내서 모르는 세계, 모르는 사람 틈 속으로 들어가 봐도 된다는 것.

앞으로도 이렇게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잘 기록해둘 것. 가장 어린 시간들이 그저 날아가지 않게.


아마도 평생 그 따뜻한 햇살 속에서 많이 걷고, 풀냄새 맡으며 운동하고, 혼자 새벽부터 부엌에서 커피 마시며 하염없이 창밖만 보고 있던 시간은 못 잊을 것 같다. 


그리하여,

이제는 브리즈번의 시간들과 인사할 때.


안녕, 잘 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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