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기 vs 발목 잡기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은 것도 아닌데 우리는 삶의 지점마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 우연한 만남 덕에 가고자 했던 경로를 확 틀어버리게도 되고, 하던 짓을 안 하게 되기도 하고, 안 하던 짓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어른들이 항상 '사람 잘 만나야 한다, 친구 잘 사귀어야 한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꼭 운명 같은 만남이 아니어도 작은 우연들이 우리의 삶을 의도치 않게 바꿔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우연한 만남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눠본다면,
하나는 자꾸만 내 등을 떠밀어주는 만남이고, 다른 하나는 자꾸 내 등을 뒤에서 잡아끄는 만남일 것 같다.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자꾸만 내 등을 뒤에서 떠밀어준다.
'이런 건 어때?'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고 판단해 보자'
'이런 것도 어울릴 것 같은데 한번 해봐'
'어떤 일을 하든 복잡할 필요가 없어'
이런 말들로 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게 만들고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게 만드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특히 좀 어렵거나 심란한 시기에 만나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힘이 안나는 상황이어도 힘이 날 수밖에 없고
믿어주는 만큼 괜히 부응하고 싶기도 하고
심지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하고 나중 일은 나중에 처리하자'라고 생각하는 약간의 무모함과 용기까지 생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같은 상황에서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내가 앞으로 걸어가겠다고 말을 하는데도 자꾸만 뒤에서 등을 잡아끌거나 발목을 잡는 통에 좀처럼 앞으로 가볍게 나아갈 수가 없다.
'그거 어차피 다 고만고만한 거 아니야?'
'나도 해봤는데 그냥 그렇더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 그냥 적당히 살아. 인생 뭐 없다'
세상에.
보통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매사에 이런 식인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곁에 안 두려고 하는데
한번 잘못 걸리면 기어코 내 기운을 다 앗아가고 만다. 내 생각에 그들은 은연중에 '어쩌면 그럴지도'라는 생각의 씨앗을 사람들의 무의식에 심어놓는 것 같다.
게다가 그들의 '내가 세상 다 안다'는 생각은 어쩜 그렇게 확고한 건지. 우리는 다 1인분의 인생만 살고 있는 건데 왜 이 지구 상 모든 인간의 인생을 다 겪어본 것처럼 말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살면서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더 감사하게 된다.
누군가의 등을 자꾸자꾸 밀어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이왕 걸어갈 길, 발걸음이나마 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응원인지 알기에.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한다.
최소한 누군가의 등을 뒤로 잡아끌거나 발목을 붙잡는 사람이 되진 말자고.
내가 겪은 일들을 그들도 그대로 겪을 것이라 단정 짓지 말자고. 그들에게는 그들의 인생이 따로 있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남의 등 떠밀어주는 것도 좋지만
내 등도 스스로 떠밀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