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의 색
나는 거기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굴었다. 아니, 나는 그대로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고 내 망막이 핀홀카메라처럼 주위를 흐릿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어디선가 둑이 터지듯 소금 동굴 안에 바닷물이 차오른다. 여전히 죽은 듯이 누운 내 몸은 표면 위로 바짝 떠올라 천장의 소금 기둥들에 부딪힐 듯 상승한다. 하얗게 번뜩이는 기둥에 칼날처럼 베일 듯 해 눈을 감지만 이미 내 몸은 물고기처럼 미끄럽게 소금 기둥을 스친다. 어쩐지 무릎 아래로는 전혀 감각이 없다. 가까스로 얼굴만을 수면 위로 내놓자 바닷물 아래로 철제 의자들이 가라앉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보니 바닷물이 아닌 석회수는 우유처럼 뿌옇다. 나는 점점 눈이 먼다.
이제 물이 범람하는 대신 불이 나거나 지진이 동굴을 덮친다. 여전히 시체처럼 누워 나는 이대로 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소금에 깔려 죽은 사람. 적어도 부패된 채로 발견되지는 않을 테니까. 죽음을 너무 많이 생각했다. 이제 기도를 하기로 한다.
소금 동굴에서 거행되는 미사는 마치 고대 종교의 의식 같다. 촛불에 그림자가 일렁이고 음성은 이중 삼중으로 고막을 울린다. 빛과 소금. 사제는 빵 대신 소금을 교인들의 혀 위에 밀어 넣는다. 예수님의 몸은 결정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저마다 소금 결정 한 알을 삼킨다. 예수님의 몸. 소금이 녹기 전에 나는 결정해야 한다. 소금 결정이 순식간에 커져서 차마 감당해낼 수 없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