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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Nov 06. 2017

교토를 걷다5

금으로 만든 절, 금각사


마르코폴로라는 희대의 허풍쟁이는 동방견문록에서

인도를 코끼리가 날아다니는 나라로,

일본을 금이 솟아나는 나라로 기술했다.

'금각사'의 사진을 보자마자

‘아.. 마르코 양반이 여길 다녀간 게로 군.’

이라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들었다.

(동방견문록은 금각사 설립 백여 년 전에 쓴 이야기다.)



금으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 특이할 것이 없고

돈으로 만든 후까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이상하게 멀리하게 되었던 곳이었지만

충동적인 두 여자는 단지 찻길하나를 건너는 게 귀찮아져

은각사 대신 금각사에 가는 버스를 탔다.




과연 교토의 3대 관광명소라

입구에서부터 버스에서 토하듯 서양 단체 관람객들이 빠져나왔다.

중국인들만 몰려다니는 줄 알았던 내게는 또 다른 문화충격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서 무료로 관리를 해주는데

뭔 놈의 입장료가 이리 비싼지

피와 눈물과 함께 400엔을 건네고 입장권을 받았다.



왠지 이마에 붙이고 앞으로 나란히를 한 다음 콩콩 뛰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금각사의 외용은 생각만큼이나 과시적이었다.

자연의 색채를 품은 일본식 넓은 정원 위

선녀들의 대중탕으로 손색없는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난데없이 띠용!!!! 하고 금덩이가 솟아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그 금덩이 안으로는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되어 있다.    


 

뭐야 저거 3초 쳐다보려고 우린 400엔을 낸 거야?

아냐 뭔가 더 있을 거야 이 사람들이 양심이 있지

우린 CSI가 되어 둘레길을 샅샅이 뒤졌다.     





과연, 금으로 만든 누각 외엔 모든 것의 생김이 작고 보잘것없어서 헛웃음을 자아냈다.

둘레길 중간쯤에 폭포가 있다고 해서 가보니    

 

컥!! 약 30센티가량의 귀여운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대걸레 빠는 곳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도

이보다는 웅장할 것 같았다.     


여긴 원래 절이 아니었다.

막부시대의 어느 장군이

있는 대로 살생을 다 저질러 놓고는

노쇄하자 속세를 떠나

불가에 귀의해보겠다고 지은 산장이었다.


무릇 그런 사람들은

속세의 모든 인연을 끊고 재산을 버린 뒤 몸뚱이만 들어와서

매일 백팔배를 하고 바로 공양을 하며 부처님께 마음을 바치는 법이다.     

허나 그는 남달랐다.


재산을 모두 가져와 10년 동안 금을 쳐발쳐발하여

자신과 부처가 함께 머물 초호화 별장을 지었다.

과연 이것이 불심을 가진 자의 행동인가 생각해 봄직하다.

저것이 몇 사람분의 목숨 값인가

속세에 쩌는 저 조형물 안에서 그는 부처님을 만났을까

저 안에서 같이 살자고 덤벼드는 여자는 없었을까

수많은 궁금증이 일었다.     





이쯤에서 문학적 허세를 좀 떨어보자면,

70년 전에 실제로 이곳이 수도승에 의해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그 사건을 모티브로 발 빠른 일본 작가들은 수많은 소설을 쏟아 냈고

그중 미시마 유키오가 쓴 “금각사”라는 책은

극도의 상상력을 더해 사건을 미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후려쳐서 요약하자면

금각사 안 뜰을 거닐던 다정한 연인들을 본 동자승이

질투에 눈이 멀어 이곳과 자신을 함께 태워버린 내용인데,

더 소설 같은 사건은 이 작가의 자살에 있다.

노벨문학상에 여러 번 후보로 거론된 작가가

할복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생의 마감한 이유는 뭘까


평생을 억압과 분노 열등감과 죄책감에 시달렸던  청년이 

스님이 되어 타락한 금각사와 함께 타들어 간다는

책 속의 설정이

그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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