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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07. 2023

예술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 호바트 모나 미술관

23-02-26


관광의 도시에는 으레 예술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소비가 활발한 곳에서 예술은 촉진된다. 관광도시로 유명한 호바트에는 페리가 입항하는 요일에 맞춰 운영하는 미술관이 있다. 모나는 Museum of Old and New Art의 약자로 현대미술과 고전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보통 현대 미술이 주를 이루는 편이고, 입장하는 문에서부터 알 수 있듯, 거대한 예술 건축물과도 같은 건물 안에서 전시가 이루어진다.



들어가자마자 카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곳에서는 한 번쯤 꼭 앉아서 커피를 마셔봐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은 오후에 약속이 있어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나는 아쉽지만 패스다.



랜덤으로 맥주를 골라주는 기계가 있다. MOO BREW는 모나에서 함께 운영 중인 양조장이다.



이 어둠의 공간은 아주 신기했다. 어둠과 함께 적막한 기운마저 흘렀다. 어둠과 함께 여러 작품들이 나오다가 전시관의 마지막 즈음엔 거미줄이 나왔다. 거미줄에 빛을 비추는 것 또한 예술이라 부른다. 모두가 이 거미줄을 자세히 관찰하게 됐다. 그리고 어떤 의미를 발견한다면 거미줄 또한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 바로 예술이다.



이동통로조차도 일종의 예술처럼 디자인이 되어 있다. 모나 미술관 안에서는 내가 움직이고 있는 모든 공간이 그냥 예술이다.



모나는 맥주 양조장과 함께 와이너리 또한 운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녹음실도 있다.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들 또한 있다. 정말 경이로운 공간이라 하겠다. 테니스 코트도 있다고 한다. 온갖 좋고 재밌는 건 모나에 다 있다.



분명 뭔가 작품 같지도 않고 사람들이 잘 방문하지 않는데, 저 멀리 희한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깨진 유리의 파편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고 책 같은 검은 구조물에 낀 뾰족한 유리는 어딘가 모르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이 이동통로 또한 예술이다. 이곳에서는 심지어 어떤 음악이 들린다.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이 공간을 웅웅 거린다.



호주에서 방문한 모든 museum에서는 이런 체험 공간들이 빠지지 않았다. 방문자들은 직접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 뮤지엄에 들리는 묘미라고도 하겠다.



이건 아무 생각하지 않도록 돕는 예술이다.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온전히 저 작은 돌멩이들을 추려내는데 집중하도록 만든다. 바쁘고 소란스러운 현대인들을 위한 예술이다.

 


그리고 이런 멋진 공간을 만났다. 오후 4시면 그날 즉석에서 만드는 노래로 공연을 한다. 공연 설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시작하는 건 쉽지만 그걸 끝내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고. 이 뮤지엄에서는 매일 끝을 알 수 없는 시작을 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이 전시는 앞에 소파가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전시였다. 수많은 여자들의 음부를 본떠 만든 조각들을 전시해 뒀다. 모나 미술관은 현대 미술관이라 확실히 외설적이고 기이한 예술도 많다. 이 밖에도 배변 조각상, 여성의 나체 사진도 초반 전시에서 볼 수 있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는 바람에 서둘러 나섰다. 아직 한 두 층을 못 본 거 같아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다행히 태즈메이니아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모나 미술관 입장이 무료다.



미술관에는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한 전시가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구조물로 바깥의 소리를 끌어와 아래의 미술관에서 들을 수 있게 만든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는 바깥사람들의 말소리와 함께 종소리가 들렸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앞의 놀이터에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트램펄린 아래에 종이 달려 있다. 아이가 신나는 만큼 소리도 더 청아하게 울려 퍼진다. 다분히 의도적인 놀이터다. 이처럼 모나미술관의 모든 설계에서 예술의 기운이 담뿍 느껴진다. 신선한 자극이 끊임없는 미술관이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면서도 감탄에 감탄을 한다. 주차장에도 예술 작품이 떡하니 있다. 이런 걸 보면 당연하게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지만 그걸 궁금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이유는 바로 이 만두를 먹기 위해서였을까? 오늘 한인회 회장님을 만나 뵙기로 했다. 독도라이즈에 대한 글을 쓰기 전 자료 수집을 위한 인터뷰였달까? 아직 부족한 작가지만, 글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본다.



난 또 회장님 댁에 와서 드린 것도 별로 없이 한가득 받아가게 됐다. 어제 브루니 아일랜드에서 작은 꿀을 사 온 게 다행이다. 직접 담그신 김치와 깻잎 장아찌를 받았다. 호바트에서는 메인랜드에 비교할 데 없이 한인 식품이 비싼데 직접 담근 김치를 얻게 되다니 이런 호사가 없다. 이런 김치의 힘을 얻고 탄생한 독도라이즈 글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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