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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08. 2023

꿈과 사랑의 힘을 믿는 바보?

23-03-01


새로 와본 농장이다. 집에서는 거리가 있는 농장이라, 이곳에서 별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 인력회사에 있는 한국인 워커들이 상추 커팅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도. 그런데, 아침에 도착하고보니 젊은 애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는 일이고 뭐고 이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상추 커팅을 한 첫 날에는 무거운 걸 들고 힘쓰는 일을 좀 했다고 몸이 많이 뭉쳤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진짜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힘을 써야 한다. 농장에는 일본에서 워홀을 온 베니카, 노조미, 나나미가 있다. 호주 워홀을 온다 = 농장이 공식과도 같다. 호주 정부에서는 농장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의 비자를 활짝 열어뒀다. 내가 지금껏 봐온 워홀러들은 벌써부터 영주권 준비하던지, 두려움과 걱정에 놀거나 여행하지 못하던지, 한국에 돌아가서 취업할 수 있는 경로만을 생각하는,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재패니즈 걸들은 내가 바랐던 워홀 친구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친구들은 거의 농장에서만 일을 했다. 메인랜드 농장에서 일하다가 한 달을 쭉 로드트립으로 여행하고, 여기에 도착했다. 태즈메이니아는 남쪽에 있어서(호주는 남반구라서 남쪽이 더 춥다) 지금 추워지기 시작하니 서핑할 수 있는 따뜻한 곳으로 떠날 거라 한다. 이 친구들은 여행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한다. 나와 결이 비슷하다. 농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마다 본인들은 바깥에서 일하는 게 더 잘 맞다고 얘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농장에서 일을 하면 많이 쉴 수 있다던 람샤의 말에는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햇볕 아래에서 밝게 웃는 재패니즈 걸들의 웃음에는 끌렸다. 바깥에서 일해야 바깥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드디어 알았다. 이런 줄을 모르고 공장일을 전전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이걸 아주 아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장을 다니며 얻게 된 것도 많다. 이제는 농장 일이 가장 적성에 맞단 걸 알았으니 팜에 집중할까 한다. 농장에서 일하니 이 좋은 시간에 퇴근을 한다. 2시경에 우리집은 제일 예쁘다


메인랜드로 가면 다음 행선지로 농장에 갈까 한다. 근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키친 핸드로 가고 싶기도 하고, 정확히 뭘 하고 있을지는 한 달 뒤의 나만 안다. 나는 이제 당분간 농장에서 일하겠다고 회사에 말했다. 힘쓰고, 햇빛 받고 하니까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일도 나름 쉬엄쉬엄하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기도 좋다.




어제는 내 인생 최장 시간 러닝을 뛰어봤다. 이 동네의 해변가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표지판에 뭐가 나온다는데,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 걸어가면 오래 걸린다. 달리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으니 좋다. 얼마나 멋진 곳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힘든 걸 참게 하고, 한 발자국 더 딛게 했다.


그렇게 새로운 해변을 만나고 해안가를 따라 달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더 가면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저 앞의 풍경이 어떨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그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딜 때마다 말도 안 되게 멋진 순간을 맞았다. 그러니 기대가 될 수밖에.


그게 꼭 지금의 내 여정과 닮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또 지역을 이동할 계획을 세운다. 다들 아주 대단하다 혹은 미쳤다(토미 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보통 일이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곳으로 뻗어나가면 분명 또 말도 안 되게 멋진 삶이 내게 오리란 걸 알아서 그런 듯 싶다. 언제나 아쉬움을 뒤로할 정도로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유튜브로 자기계발에 대한 영상을 많이 본다. 영상에서는 책 내용을 요약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자기계발 서적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는데 나는 자주 거기에 나온 내용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 계속 얘기하기도 한다. “비교하지마, 너를 봐”, “꿈을 꿔야 해, 현실에 속지마”, “계속 감사하고, 지금 바꿀 수 있는 걸 바꿔” 같이.


나는 언제나 지금을 보며 산다. 그런 지금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 이렇게 멋진 동네에서 살면서 원하면 해변으로 가서 노을을 보고, 해변가를 러닝 하며 사는 거 퍼펙트하다. 나는 미래로 가지 않아도 아니까, 지금 이 시절이, 이 멋진 시절이 정말 축복 같다. 이렇게나 빛이 날 수가 있나? 이게 내 인생인게 자주 믿기지 않아서 볼을 꼬집어 본다.




며칠 전부터 꿈을 100번씩 쓰기를 시작했다. 에이 그거 중요한가? 100번이나? 그랬는데, 내가 성공한 사람들보다 그렇게 절박하지 않으니까 아직 도약하지 못한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면서 작은 행동들을 계속 한다. 집필 작업을 하면서 교정을 하고, 프로모션을 생각해서 마케팅 공부도 하고.





이야기에는 많이 빠져있지만 원래 글의 이음새에 사랑이 자주 담겨 있었다. 이 글은 내 일기와 사랑에게 쓴 편지를 편집해서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보다 중요한 게 행복이다, 따뜻함이다, 사랑이다.


내 사랑에게는 그런 말을 자주 했다. 난 꿈을 가져본 적이 없던 때에 내 사랑을 만났다. 그리고 이렇게 됐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고, 그 꿈을 이룰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내가 자주 행복해서 울곤하는 이유다. 그 꿈없던 어린 내가 내 기억속엔 아직도 선명하다. 사랑에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덕에 염세적이었던 바보가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나는 다정을 꿈꾸지만 여전히 그리 다정하지 않다. 나는 가끔 엄한 눈으로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사랑으로 또 배워갈 거다. 따뜻하게 수용하고 한없이 다정한 내 사랑을 보며. 그런면에서 내 사랑은 나에게 봄뜻을 알려준 나의 바다이기도, 길을 헤맬 때마다 불을 밝혀주는 등대이기도 하다. 내 사랑이 힘겨울 때 내 글이 등대가 되길 바라며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쓴다. 내 꿈은 이런식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러니 꿈과 사랑의 힘을 강하게 믿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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