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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11. 2023

밖순이라고 불러주세요

23-03-05


지난번 잼 공장에서 로라에게 물어 알게 된 웰링턴 트래킹 코스다. 여러 트래킹 코스가 있지만 그중 가장 걸을만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추천받았다. 트레킹 시작 하는 곳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그 앞에 작은 카페도 있다.



완만한 길을 걷기만 하고 등산 기분을 냈다. 나름 등산객처럼 차려입었지만 앞쪽으로 걸어오는 사람들 중에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 정도로 산책과 가까운 트레킹 코스다. 여기도 역시 유칼립 투스 향이 끝내 준다. 초록 기운을 만끽하며 발걸음은 또 날아가듯 가볍다.



햇살은 어김없이 커다란 유칼립투스 나무에 닿아 부서진다. 쭉 뻗어 있는 나무들 저 아래로는 호바트의 파란 바다가 보인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푸르다. 등산로의 흙길에는 명을 다한 나뭇잎들이 깔려 있고 그 길을 걸으면 어쩐지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혼자 사진을 찍고 있다가 빅토리아 주에서 여행 온 아주머니와 사진을 교환하기도 했다. 나는 처음 본 그 아주머니에게 유칼립투스 냄새가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문득 호주에서 가장 추운 태즈메이니아에서 나무들이 이만큼 크게 자라면 따뜻한 퀸즐랜드는 나무가 더 크게 자라는 건지 궁금해졌다.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오히려 퀸즐랜드는 너무 뜨겁기 때문에 나무가 작게 자란다고 한다. Rainforest, 우림지역이 아니면 큰 나무가 잘 없다고. 진짜 별 거 없는 대환데 나는 이런 대화가 너무 재밌다. 살면서 잘 모르고 살았던 대화인데, 이런 짧고 아무렇지 않은 대화가 하루에 큰 활력을 준다. 잠깐 사이에 아주머니의 여행 이야기도 들었다. 금방 잊어버릴지 모를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잠시 내 삶에 들인 것만 같은 기분이 꽤 근사하다.



웰링턴 산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에는 호바트 시티가 있다. 호바트 도심에는 피죤홀이라는 꽤 유명한 빵집이 있다. 건강한 빵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오늘은 이곳 빵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산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심취한 나머지 빵집이 문을 닫은 시간에야 도착하고 말았다.



덕분에 시티 구경을 한다. 처음의 그 낯섦이 여전한데,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태즈메이니아가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강아지들, 바다, 그리고 유칼립투스가 가득한 숲길을 오래도록 기억할 거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태즈메이니아에서 자연과 긴밀하게 연결된 듯한 기분을 자주 느꼈다. 대자연, Mother Nature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듯했던 이 꿈같은 순간들을 잊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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