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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Jun 05. 2023

미국 여행 8일차 - Paso Robles

2022.07.19.


늦게 일어났더니, Early bird 지영이는 혼자 내려가 조식을 즐긴 후 우리 몫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나 좀 깨우지, 조식엔 진심인 사람인데. 오늘은 Paso Robles 돌아다니며 쉬엄쉬엄 보내는 날. 첫 번째 목적지로는 Ross가 제격이지. 벗, 이번에도 무감동. Ross 사장님 만나서 매장 진열 구성에 대한 이야기 좀 나누고 싶네. 아이들 옷 몇 개만 주워 담고 나왔다.


점심은 10분 거리에 있는 최고급 중국집 Panda Express로 가고 싶었으나, 아이들과 와이프가 배고프다고 그냥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했다. 10분을 못 기다리네. 그래서 몇 걸음 거리의 멕시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멕시코 음식이 처음이었는데, 맛있을 수밖에 없지. 멕시코와 우린 베싸메무초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니. 맛있게 잘 먹었다. 유일한 흠은 스프라이트 맛이 이상해서 콜라로 바꿨는데, 계속 이상했다. 얼음 탓인 듯. 냉동고 청소 한 번 합시다.


남쪽으로 오니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주하해놨던 차 안이 쿠웨이트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max로 틀어놓은 후, 주변을 둘러보니 See’s CANDIES가 보인다. 워런 버핏 형님이 이 회사 인수하는데 나도 책 몇 권 사드리며 도움을 드렸지. 차 식힐 동안, 쿠키 좀 사 올까 했는데, closed. 오늘만 닫은 게 아니라 아예 집기까지 다 뺐네. 무더위와 코로나에 망했나 보다.


와인 좀 찌끄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와이너리 투어를 꿈꾼다. 프랑스 샤또 마고 와이너리는 못 가보더라도 미국에서라도 경험해 봐야지. 그래서 미국 와이너리 3 대장 중 나파밸리, 소노마는 동선이 안 맞아서 건너뛰었고, 마지막 남은 Paso Robles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추가된 것이다. Paso Robles에는 2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 포도밭은 그 자체로 너무 예쁘다 보니 이런 포도밭으로 뒤덮여 있는 Paso Robles는 도시 자체가 예쁠 수밖에.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DAON winery로 갔더니, 예약을 안 했다고 입장이 거부되었다. 구리에서 알아주는 스월링 실력자를 단칼에 거절하다니, 이곳 인심 보르도 와인처럼 드라이하네. 저분은 개 이름도 ‘떼루아’라 지었을 듯. 끈적한 풀바디로 한 번만 봐 달라고 빌어볼까 했지만, 와이너리가 여기뿐인가.


돌아서 내려오다 보니, 언덕 위에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예쁜 하얀색 건물이 보였다. 와이너리가 아닐 수 없는 외관이었다. 급히 우회전을 해서 언덕 위 건물로 들어갔다. 지도상 Sirena Vineyard Resort and Winery 라 표시되어 있었고, 와이너리 이름은 wild coyote winery였다. 코요테 잘 알지요. ‘순정’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겠지? 


언덕 사이즈의 이 산의 이름은 Santa lucia였고, 주변 경관을 보면 나폴리 감성으로 산타루치아 민요가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근처에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여 오늘 휴업일까, 조금 전 See’s Candis처럼 폐업한 곳일까, 창문을 통해 건물 안을 염탐하고 있으니 드디어 한 분이 나오셔서 오늘 휴일 아니라며 안으로 안내를 해 주셨다. 우리가 평화로운 낮잠 시간을 방해한 건가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여기 와이너리 주인 중 한 명이 Kim이라는 여성 분이라고 했다. 지영이도 Kim인데. 대표인지 주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부호 한 분이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 투자하셨나 보네.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는 Kim, 부럽습니다.


정신병원처럼 새하얀 이곳에서 서로 다른 품종의 와인 다섯 잔을 시음할 수 있었고, 시음으로 만취되는 꼴을 보여드리면 안 되니, 지영이가 시음하고 난 혀 끝만 다섯 번 적셨다. 그중 가장 무난했던 Syrah 한 병을 샀다. 나올 때 보니 이 와이너리에 숙소도 있었다. 방을 살짝 구경했는데 정말 cozy 하고 와인 마시고 뻗어있기 딱이었다. 찾아보니 와이너리에 airbnb 숙소가 딸려 있는 곳들이 많이 있구나. 다시 일정을 짜면, Monterey Whale Watching 빼고 Camel by the sea에서 1박 하는 거랑, 와이너리 숙소에 머물며 시음하다 뻗는 건 꼭 추가하리라.  


남은 포도들 다 신포도들이라 우기는 여우의 마음으로 와인은 여기까지 즐기고, 내일은 대도시 LA까지의 긴 행군이라, 푹 쉬며 하루를 마무리. 



ROSS, 커피 한 잔 값의 옷들


Mexican Food


wild coyote winery


Sales Talk 경청하며 시음 중


winery 몇 개 소유했을 것 같은 Kim여사 포스


Paso Robles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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