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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창우 Jun 05. 2023

미국 여행 24일차 - Las Vegas

2022.08.04.


지우 친구 예진이네와 함께 2박 3일 그랜드캐년 투어를 떠나는 날. 드디어 찐 관광객 모드다. 오전 일찍 이번 투어를 책임져 줄 여행사 밴이 호텔 앞으로 오기로 했다. 우린 서둘러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3일 후에 다시 올 거라 짐은 프런트에 모두 맡겼다. 호텔 앞 노숙자들한테 털리지 말고 잘 좀 챙겨주시죠. 올리브 오일이랑 엔쵸비 캔만큼은 죽어도 사수해 주시고.


정확하게 8시 20분에 예진이네를 먼저 태운 밴이 도착했다. 여기서 보니 더 반갑네. 아이들 네 명은 같은 학교,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어서 이미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10인승에 두 가족 8명이 타면 여유 있겠다 생각했는데, 개인 2명이 더 신청을 했단다.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 뭐. 20대 여성 두 분이었다. 둘 다 한 달씩 미국 여행을 하고 있었다. 와, 용감하네. 역시 젊음이 좋다.


투어 가이드분의 화려한 마이크워크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내가 운전 안 하고, 설명까지 들으면서 다니니까 너무 편한데? 


라스베가스 방향인 동쪽으로 2시간 정도 가다가 barstow라는 조그만 도시의 In-N-Out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은 드디어 In-N-Out을 먹어 본다며 기대하더니, 막상 음식이 나오니 먹는 둥 마는 둥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떨기 바빴다. 나 역시 세 번째 In-N-Out이라 그냥 그랬다. 맥도널드의 쿼터파운드 치즈버거가 생각나기도 하고.


동쪽으로 두 시간 정도 더 가니 라스베가스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심으로 진입하기 전 Seven Magic Mountains라는 곳에 들렀다. 색칠한 돌멩이 몇 개 올려놨는데, 왜 이게 예술작품이고, 왜 여기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거지? 내가 금붕어면 어항에 이런 돌멩이들이 쌓여 있으면 좋아했을 것 같지만, 난 기억력 빼곤 금붕어가 아니라 별 감흥이 없었다. 여기 굳이 내려준 가이드분의 면도 있으니 사진을 몇 장 찍었지만, 싸이월드에도 올리지 않으리라. 


라스베가스 도착. 앞에 ‘드디어’란 단어를 쓰기엔, 그다지 기대하며 기다린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마 무시하게 유명한 곳이니 2만 보 찍어보자. 우린 충실한 투어 여행객들 답게 Welcome to fabulous Las Vegas 사인 밑에서 사진부터 찍었다. 난 그 옆의 Harley-Davidson 사인 밑에서 더 찍고 싶었지만.


라스베가스 북쪽 old town, Fremont Street부터 갔다. 전구쇼가 유명하다는데, 여태껏 살면서 전구에 감동받은 적이 없는데 괜찮으려나. 우리 집 부엌 전구도 지금 깜빡거리는데. 역시 라스베가스답게 화려하긴 했다. 이 정도도 아니면 이 유명한 곳에서 한 자리 차지하지 못하겠지. 전구들이 큰 형님으로 모시는 태양이 버젓이 떠 있어서, 화려한 전구쇼를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전통시장처럼 생긴 Fremont street 자체가 볼거리였다. 아치형 천장에 촘촘히 박혀 있는 LED 디스플레이들은 LG에서 설치했다고 한다. 이거 만드신 분들, 천장화를 그린 다빈치의 목상태겠지. 천장을 가로지르는 집라인 놀이기구는 살짝 욕심이 났으나, 며칠 전 디즈니랜드 다녀온 사람들이 할 짓은 아니지.


오늘의 숙소는 Planet Hollywood Hotel. 숙소 전문가 지영이가 골랐으니 동선, 가성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 나쁘지 않았다. 라스베가스는 역시 웬만한 건 다 싸다. 살은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으로 나중에 카지노로 다 털어갈 거니. 


잠시 호텔에서 쉬다가 예전이네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딱히 정해 둔 곳은 없이 나와서, 피에프 창, 부바 검프 등 몇 군데를 들어갈까 말까만 반복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이 스포츠 펍이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거지. 교촌치킨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대충 허기만 때우고 M&M Store와 coca cola store로 갔다. M&M은 저 멀리 구리 우리 집에서도 재고가 떨어지지 않는 애착 간식이기도 하고, 19금이 난무한 도시에서 아이들이 아무 데나 눈을 둬도 안전할 곳이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 M&M 스타일로 가게 안 색감이 몹시 화려했다. 무지개가 겨울잠을 잔다면 여기서 잘 듯. 굿즈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GIRADELLI 초콜릿도 패스한 사람이 여기선들 살 수 있겠나. 이번에도 패스. 


지아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M&M 자판기 같은 곳에서 색색들이 초코들로 컵 하나를 채웠고,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하나 사는 걸로 쇼핑을 마무리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코카콜라 store는 구경만 했다. 평생 콜라 오천 캔은 마셨을 것 같은데, 굿즈까지 사면 너무 노예 같잖아.


라스베가스가 자랑하는 호텔 투어도 해야지. 어른 넷, 아이 넷 인원 구성으로 유료 쇼를 볼 순 없고, 건전하게 Bellagio 호텔 분수 쇼부터 시작했다. 지도상으론 참 가까운데, 막상 걸으면 꽤 멀었다. 라스베가스는 사막이라 더워 죽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1인 1 생수를 들고 나섰는데, 다행히 무자비하게 덥진 않았다. 분수쇼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목욕탕 찬물에서 물장난 좀 치며 자란 자손답게 이 정도 분수쇼는 그저 그랬다. 괴성을 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가벼운 박수 3번으로 마무리했다.


예전에 타이슨 형님이 자주 경기를 하던 MGM Grand는 더 이상 웅장하지 않았고, 그나마 마음에 든 곳은 핑크 핑크 한 Flamingo 호텔 정도였다. Caesars Palace, Mirage, Treasure Island, Trump, Wynn을 스쳐 지나간 후 Venetian 호텔로 들어갔다. 반 보 이상은 가마를 타고 다닌 양반의 후손인 나의 발바닥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만 후다닥 찍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은 후 다시 호텔로.


하루 참 길었다. 오늘도 김치찌개의 저주로 지우는 아빠와 함께 잤다.



타고 다닌 차량 배경으로 예진, 지우, 지아


올해는 모자 이걸로 끝.


굳이 10분 안 기다리고, 인터넷에서 퍼와도 될 입구 컷.


Fremont Street


스포츠 펍에서 중계 보며 닭 뜯기


M&M Store


Venetian hotel


사람 많고 이상한 냄새 나서 여기 싫다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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