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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Jul 22.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워킹홀리데이 그 후 1년, 다시 돌아온 유럽



2017년, 처음 파리를 왔을 때는 이 도시의 모든 것들이 새로웠고, 이런 도시가 존재함에 놀라웠다. 도시 곳곳이 예술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가 예술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의 알을 막 깨려고 발악하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2018년, 두 번째 파리에서는 내 가슴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확신했다. 그렇구나, 나는 이 도시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이구나. 달리는 버스 창문을 보면서 생각했다. 마치 어떤 파도가 나를 이 도시로 이끈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는 예술을 해도 되는 사람이구나. 스스로가 믿었다. 나의 배를 나는 기꺼이 타야겠다 생각했다. 그 배가 곧 무너진다 하더라도, 나는 이 배를 타야만 했다. 파도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으니까. 내 가슴 안에 노란 불빛만 믿고서.

그리곤 한국으로 돌아와 한창 책을 쓰고 있을 때였다. 난 왜 이 돈도 안되고, 부모님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짓을 하는 걸까. 주말에는 재즈바에서 알바를 하면서, 학교에도 돌아가지 않고 무엇을 얻고자 이러고 있나. 하루 종일 걸으면서 생각했던 적이 있다. 펜 하나를 잡고, 내가 이 책을 왜 써야 하는지, 왜 나여야만 하는지,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리고는 파리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나를 떠올렸다.

ㅡ 맞다, 나는 그때 그 배를 타기로 했었지. 잊지 말자.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예술이 하고 싶었다. 내게 예술은 내가 이곳에 진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 가슴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기꺼이 양 볼에 따가운 모래바람을 맞는 중일지라도 내게 그 바람은 달콤한 분홍 하늘빛 솜사탕처럼 느껴졌다. 빌어먹을 예술을 한다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냈고, 결국 나의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세 번째 파리를 왔다. 이 도시의 존재하는 지금의 나는, 첫 번째 파리에서의 나와, 두 번째 파리에서의 나와는 분명히 다름을 느꼈다. 그때의 나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하다. 세 번의 파리의 나는 예술 그 자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나는 예술로서 존재한다.

나는 예술로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다.

나는.

19년 7월 22일 월요일 새벽.
프랑스 파리 호스텔 테라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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